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피로 물든 美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美 ‘나홀로’ 외교 본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예루살렘 대사관 14일 공식 이전
팔 시위대 최소 58명 사망 2700여명 부상
美, 이란 핵협정 탈퇴 이어
EU 등 우방 무시한 독자 행보


파이낸셜뉴스

Palestinians clash with Israeli troops after several thousand gathered in the West Bank city of Ramallah to protest the inauguration of the new U.S. embassy in Jerusalem, in the West Bank city of Ramallah, Monday, May 14, 2018. Israeli fire has killed dozens of Palestinians during mass protests along the Gaza border, marking the deadliest day of violence since a devastating 2014 cross-border war. (AP Photo/Nasser Nasser)<All rights reserved by Yonhap News Agency>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아랍권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4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강행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유대교뿐 아니라 이슬람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에 공식 개관하면서 이슬람세계의 반미 감정이 고조돼 중동지역 정세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팔레스타인 당국 발표를 인용,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데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충돌로 팔레스타인 주민이 최소 58명 사망하고 270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이 되는 이날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에서 거행된 대사관 이전 개관식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을 파견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걸고 출발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미국 홀로(America Alone)’ 노선으로 본격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구체적 신호라고 분석한다. 미국은 지난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며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또 지난주에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핵심 유럽 우방국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협정에서 발을 뺀 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재개를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들어 통상부문에서도 무역적자 축소를 명분으로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한국, 일본 등 핵심 우방국들을 겨냥한 관세 부과 카드를 빼들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과거에도 기본적으로 힘을 바탕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미국은 유럽,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우방국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특히 중동 정책에서는 유럽과 보조를 맞추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 미국 외교는 동맹국들이 반대해도 미국은 갈 길을 간다는 ‘나홀로’ 색채를 크게 강화했다.

미국의 ‘나홀로 외교’를 뒷받침 하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경제적 자신감이다. FT는 미국 달러가 세계의 기축 통화로서 여전히 독보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트럼프로 하여금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가 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이란 제재를 위반하는 외국 기업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으며 해당 기업 임원들은 미국 입국시 체포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는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을 겨냥한 2차 제재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은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유럽 지도자들의 코멘트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럽 국가들은 결국 미국을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며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힘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앞으로 발생할 지정학적 위기나 통상 분쟁 해결을 위한 국제 시스템 작동을 바란다면 미국도 나홀로 외교를 너무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jdsmh@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