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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소비자조직 확대 카드 꺼낸 금융위…최종구·윤석헌 신경전 가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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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감독체계 개편 논의 앞두고 금융위, 소비자조직 확대 추진…금감원 내부선 업무 중복, 종속 심화 우려

아시아경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집무실을 방문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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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하반기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앞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소비자조직 확대 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금융감독원 업무와 중복될 수밖에 없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리 문제로 갈등이 표면화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신경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 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조직 확대 방침을 밝혔다. 국정과제에 따라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소비자를 위한 정책과 사업을 총괄, 조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의 소비자조직 확대 방침에 금감원 내부에선 벌써부터 업무 중복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소비자보호)을 양대 핵심 업무로 하고 있고, 금융소비자보호처라는 별도 조직까지 둬 소비자보호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소비자보호의 경우 정책보다는 금융회사의 부당 영업행위를 사전, 사후 감독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권익을 높이는 게 본질에 가깝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소비자보호 정책이 금융 수수료 인하 같은 가격 개입 등으로 이어진다면 시장 자율을 침해하고 금융산업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정책을 만들 때 관련 법령이나 시장 현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컨트롤타워'라며 소비자조직을 확대한 뒤 실질적인 업무는 지금처럼 금감원에 다 떠넘기진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금융위의 '숟가락 얹기'로 금감원의 독립성만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선 최 위원장의 소비자조직 확대가 6ㆍ13 지방선거 이후 하반기 이뤄질 감독체계 개편 논의에 대비한 사전 작업 성격이 짙다고 본다. 감독체계 개편은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감독기능은 금감원에 이관하는 게 골자로 금융위 해체를 뜻한다. 금융위가 현행 체계에서도 감독과 소비자보호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조직을 존속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금융위가 막으려고 애쓰는 감독체계 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장본인이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이다. 금감원 내부에서 금융위의 소비자조직 확대가 독립성 침해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상황에서 두 금융당국 수장의 물밑 신경전이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현재의 상명하복 구조에 불만이 많고 금융위는 독립성을 강조하는 금감원이 내심 탐탁치 않을 것"이라며 "두 금융당국 수장이 만나 상호협력 강화를 외쳤지만 삼성바이오 사태에 이어 소비자보호 조직 문제까지 수면 아래 갈등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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