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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나이들수록 심해지는 가려움증… 피부 압력 느끼는 세포 줄어든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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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흔한 과민성 가려움증이 피부에서 압력을 감지하는 세포가 줄어들면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들수록 스웨터 실오라기가 살짝 스쳐도 가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모기에게 물리거나 주변이 건조할 때 생기는 가려움과 달리 정확한 발생 원인을 찾지 못해 치료가 쉽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홍젠 후 교수 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나이가 들면서 조금만 건드려도 참지 못하고 긁는 과민성 가려움증이 피부에서 압력을 감지하는 메르켈 세포가 줄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조선비즈

나이가 들면서 옷자락만 스쳐도 가려움을 느끼는 과민성 가려움증이 피부의 압력 감지 세포가 줄어들며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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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어린 쥐와 늙은 쥐의 목 뒷부분 털을 밀고 머리카락 굵기의 나일론 섬유를 댔다. 예상대로 늙은 쥐가 어린 쥐보다 더 격렬하게 뒷발로 목을 긁었다. 연구진이 쥐의 피부 조직을 검사했더니 늙은 쥐의 메르켈 세포가 어린 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메르켈 세포가 가려움증 원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을 통해 어린 쥐에게도 메르켈 세포가 덜 생기게 했다. 그러자 어린 쥐라도 늙은 쥐와 마찬가지로 조금만 건드려도 심하게 긁었다. 반대로 늙은 쥐에게 메르켈 세포를 활성화하는 약물을 주사했더니 이전보다 피부를 긁는 정도가 줄어들었다. 후 교수는 "사람에서도 메르켈 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는 방법을 개발하면 노년층에게 발생하는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려움증은 모기에 물리거나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에도 발생한다. 이때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돼 혈관을 확장시킨다. 이러면 혈액이 몰리면서 그 속의 면역물질이 병원체를 공격한다. 하지만 이때 확장된 혈관이 신경을 건드려 피부가 가려워진다. 연구진은 이번에 히스타민을 주사했을 때에는 어린 쥐나 늙은 쥐나 가려움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압력 세포가 줄어들면서 가려움을 유발하는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세포가 많을수록 압력을 민감하게 느껴 가려움을 더 많이 느낄 것으로 생각됐으나 이번 연구는 그 반대였다. 후 교수는 "메르켈 세포가 인체에 무해한 압력 자극은 무시하도록 신경 신호를 보내는데 세포 수가 줄면서 이 기능을 제대로 못 해 일반 자극도 가려움으로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려움을 호소하는 노인 환자에게서 피부 시료를 채취해 사람에게도 메르켈 세포가 가려움증의 원인인지 분석하고 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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