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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두 얼굴의 뉴욕주 검찰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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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수사·여성권익 옹호…교제 여성 폭행으로 사임

경향신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관련한 성폭력 수사를 이끌었던 에릭 슈나이더먼 미국 뉴욕주 검찰총장(64·사진)이 교제한 여성들에게 가학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결국 사임했다. 슈나이더먼 총장은 여성 권익의 옹호자를 자처했던 인물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잡지 뉴요커는 이날 ‘여성 4명이 뉴욕주 검찰총장의 신체적 학대를 비난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슈나이더먼 총장이 성관계 도중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4명의 피해 여성은 슈나이더먼 총장이 자신들을 때리거나 목을 졸랐으며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 같은 가학 행위가 상호 합의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2016~2017년 슈나이더먼 총장과 교제한 타니아 셀바라트남은 “다른 여성들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슈나이더먼에게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다음 피해자는 누가 될까’ 궁금했다”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먼 총장은 뉴요커 보도에 대해 성명을 내고 “나는 역할극을 했던 것”이라며 “누구도 학대하지 않았고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커스틴 질리브랜드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 등 민주당 동료들이 물러날 것을 촉구하자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슈나이더먼 총장은 “제기된 의혹들은 직무 수행과 무관하지만 업무를 이끌기는 어렵게 됐다”며 “뉴욕주 검찰총장으로 일한 것은 영광이고 특권이었다”고 말했다.

1982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공익 변호사로 활동한 슈나이더먼 총장은 여성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며 명성을 쌓았다. 변호사 시절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변호했고, 2011년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안내책자 ‘권리 알기’를 펴냈다.

최근엔 할리우드의 ‘미투’ 운동을 촉발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혐의를 수사했다. 슈나이더먼 총장은 와인스타인에 대해 소를 제기하던 당시 “지금 여기서 목도하고 있는 일처럼 비열한 것을 보지 못했다”고 비난했지만 그 자신도 성과 관련된 폭력 문제로 낙마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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