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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재용 2심 판사 파면 국민청원' 靑, 대법원에 구두전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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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을 맡은 정형식(57ㆍ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 청원 답변 내용을 대법원에 전달한 사실이 4일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월 말 청와대는 정 부장판사 파면 청원 인원이 20만명을 돌파하자 공식 답변을 내놓은 뒤 법원행정처에 이 답변 내용을 전달했다. 국민 청원 담당자인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 이승련(53ㆍ20기)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 통화로 해당 사실을 알렸다.

중앙일보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당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진행된 답변에서 정 비서관은 “(청와대가) 판사를 파면하거나 감사할 권한은 없다”며 “헌법에 따라 법관이 재판 내용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면 외부 압력에 취약해지고 사법부 독립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집행에서 헌법·법률 위반 사유가 있어야 법관의 파면이 가능하고, 사유가 인정돼도 국회로 넘어가 탄핵소추가 이뤄져야 한다”며 “감사원법상 법원 소속 공무원은 감찰대상에서 제외되며 법관의 비위는 사법부 권한이기 때문에 청원에 대해 법원행정처에 이런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도 청와대는 단순히 청원 답변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비서관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에게) ‘문서나 우편, 이메일 등으로 전달하면 부담이 될 수 있어 (국민청원이 있었다는 것을) 전화로 알려드리는 게 전부로, 어찌하라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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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기 중인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금 이건희 회장을 뵈러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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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원 내용을 전달한 것만으로도 행정부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 “개별 사건마다 국민 청원이 있다고 해 모두 법원에 전달하면 법원은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조금이라도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일이나 국민의 오해를 살만한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국민청원 내용을 알리는 차원에서 전화가 왔을 뿐”이라며 “법원이 조치를 해야 할 사항도 아닐 뿐더러 관련 논의를 시작해본 적도 아예 없다”고 말했다.

헌법 제106조 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법관은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파면될 수 있다. 판결은 법관의 재량으로 인정돼 일부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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