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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올해도 5월 폭염주의보 예고, '계절의 여왕'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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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19)
중앙일보

다음 주 토요일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자 입하 절기다. 어린이가 맘껏 뛰어놀기에 좋은 날이라지만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절기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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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토요일(5월 5일)은 어린이날이자 입하(立夏) 절기다. 어린이가 맘껏 뛰어놀기에 더없이 좋은 봄날이라지만 절기상으로는 벌써 여름을 생각할 때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절기, 입하는 24절기 상 일곱 번째이자 6개 여름 절기 중 첫 번째 절기다.

올여름도 이번 입하를 시작으로 소만(小滿·5월 21일), 망종(芒種·6월 6일), 하지(夏至·6월 21일), 소서(小暑·7월 7일), 대서(大暑·7월 23일) 등을 거치며 무르익어 간다.

비록 초입에 입하 절기가 들어있다지만 5월은 여름이라기보다 봄이 무르익는 달로 보는 게 우리네 계절 감각이다. 3, 4월에는 가끔 추위가 심술을 부리고 폭설도 내려 “이거 봄 맞나” 할 때가 많다. 신록이 천지를 물들이는 완연한 봄, 5월은 그래서 ‘계절의 여왕’으로 칭송받아왔다.





5월, 4년째 이른 여름 더위
그런데 어이할꼬. 최근 몇 년간 5월이 달라졌다. 봄이라기보다 차라리 여름 같아졌다. 일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아열대화의 대표적인 징표가 바로 ‘5월 여름 더위’라고 주장하는 이들마저 생겨났다. 5월이 여름처럼 변해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안 그래도 짧은 봄날은 더욱 짧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5월 때 이른 여름 더위는 최근 4년째 출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첫째 주(4월 30일~5월 6일) 서울 기온 추이가 좋은 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에 서울 일 최고기온은 4월 30일 27.8℃, 5월 1일 28.3℃, 2일 28.0℃, 3일 30.2℃, 4일 27.5℃, 5일 27.0℃, 6일 19.3℃ 등을 기록했다. 일 평균기온은 4월 30일 19.3℃, 5월 1일 20.1℃, 2일 20.7℃, 3일 21.5℃, 4일 21.0℃, 5일 20.9℃, 6일 14.9℃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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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첫째 주(4월 30일~5월 6일) 서울 기온 추이. [자료 기상청, 그래픽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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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간 중 닷새(5월 1일~5일) 동안의 일 평균기온과 일 최고기온이 영락없이 초여름에 해당하는 기온 분포를 보였다. 기상청에서는 일 평균기온이 20℃ 이상이면서 일 최고기온이 25℃ 이상으로 올라가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를 ‘초여름’으로 규정하는데 거기에 딱 들어맞았다.

4월 29일까지만 해도 서울 일 평균기온은 15℃, 일 최고기온은 20℃ 정도에 불과했으니 비교가 금방 된다. 대개 7월 중순 전후에 나타나는 기온 분포가 두 달 이상 빨라진 5월 초순에 출몰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2016년 5월(5월 16일~22일)에도 여름 더위가 출몰했다. 당시 전국에 걸쳐 한낮에 30℃ 안팎의 여름 더위가 이어지자 “아니 벌써 여름이야?”라며 제법 땀을 흘렸다.

그렇다면 여름은 어떻게 정의할까? 24절기 상으로는 입하(5월 5일)부터 입추(8월 7일) 전까지를 여름으로 본다. 천문학적으로는 하지(6월 21일)부터 추분(9월 23일) 전까지를, 달력상으로는 대개 양력 6~8월을 북반구의 여름으로 간주한다. 이때가 되면 봄철까지 한반도 주변에 남아 있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완전히 쇠퇴하고 남쪽으로부터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가온다. 겨울과 정반대의 기압 배치가 나타나 여름을 재촉하는 시기다.

넉 달로 길어진 한반도의 여름
기상 당국에서는 기온과 강수량 등을 기준으로 보다 과학적으로 여름을 정의한다. 앞서 말했듯이 봄이 끝나갈 즈음 일 평균기온이 20℃를 넘기고 일 최고기온도 25℃ 이상인 날씨가 이어지면 ‘초여름’으로 규정한다. 일 평균기온이 20℃를 넘고 일 최고기온이 25℃ 이상인 가운데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는 ‘장마’라고 부른다. 일 평균기온이 20℃ 이상이면서 일 최고기온이 30℃ 이상인 날씨가 이어지면 ‘한여름’으로 정의한다. 한여름은 지났지만 일 평균기온이 여전히 20℃를 넘고 일 최고기온이 25℃ 이상일 때는 ‘늦여름’으로 본다.

문제는 기존에 나타났던 봄~여름 구간의 기온 패턴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반도 아열대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한반도의 봄은 기껏해야 3~4월 두 달 정도로 짧아지고, 여름은 5~8월 약 넉 달로 길어질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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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여름, 서울 여의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사이로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보인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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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입하가 두어 달 후의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여름 뜸을 들이는 절기가 아니라 바로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로 인식할 날이 올지도 모르게 됐다. 후손들은 아예 ‘5월 입하= 여름 더위 시작’, 이렇게 알고 살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5월 여름 더위와 관련해 ‘폭염주의보’ 발령 시기가 지난 4년에 걸쳐 5월로 앞당겨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온 33℃를 넘는 날씨가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일 때 발령하는 폭염주의보는 2012년엔 6월 말, 2013년엔 6월 중순에 각각 발령됐다.

하지만 2014년 이후엔 아예 5월로 당겨졌다. 사상 첫 5월 폭염주의보는 2014년 5월 31일 발령됐다. 이어 2015년 5월 25일, 2016년 5월 19일, 2017년 5월 19일 등으로 점점 당겨지면서 5월 발령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5월 평균 기온 평년보다 높겠다’ 기상예보
올해 5월 날씨는 어떨지 궁금하다. 25일 현재 기상청 중기(10일) 예보에 따르면 일단 입하(5월 5일)가 포함된 오는 5월 첫 주(4월 29일~5월 5일)엔 여름 더위가 찾아올 것 같지는 않다. 이 기간 전국의 한낮 기온은 23~25℃ 분포가 많을 것으로 예보돼 있다. 하지만 기상청은 최근 3개월(5~7월) 장기 예보를 통해 올해 5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겠다”고 전망한 바 있다. 올해에도 5월 때 이른 여름 더위가 출몰할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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