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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문재인 “청와대 오시라” 김정은 “초청하면 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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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영찬 수석, 두 정상 비공개 대화 브리핑

‘역사적 상봉’ 각본 없는 드라마 만들어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환영식 후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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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처음 만난 27일 오전 9시30분부터 두 정상은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기에 더 감동적이었던, 각본 없는 드라마를 그려냈다.

문 대통령이 의장대 사열을 소재로 담소를 나누다 김 위원장 초청 의사를 에둘러 밝히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이 두 정상의 오전 회담이 끝난 뒤 판문점 자유의집에 차려진 프레스 센터에서 전한 내용이다. 윤 수석은 “오늘 두 정상이 엠디엘(MDL·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시작한 이후부터 환담까지 비공개로 진행된 대화내용을 말씀드리겠다”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게된 사연부터 공개했다. 군사분계선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눈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남쪽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느냐”고 농담을 섞어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러자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온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그렇게 해서) 오늘 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사진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의장대 사열을 하는 도중,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에둘러 밝히자 김 위원장은 이를 덜컥 수용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같이 의장대 사열을 하면서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완곡하게 초청 의사를 밝히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평양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나는 것이 더 잘됐다. 대결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수석이 전한 두 정상의 대화에서는, 김 위원장의 솔직하고 파격적인 화법도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 문 대통령이 백두산을 화제로 올리며 북쪽을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거 같다. 평창올림픽 갔다온 분들 말하는데 고속열차가 좋다더라. 남쪽에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민망스러울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 오시면 편히 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쪽으로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6·15 선언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간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게 한스럽다. 김 위원장의 큰 용단으로 10년 동안 끊어진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이후 강도높은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협력 분야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두 정상은, 사전환담장 앞 장백폭포와 성산일출봉 그림을 소재로 담소를 나누다, 백두산 관광, 고속철도 등 교통 인프라의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꺼낸 셈이다.

두 정상은 민감한 안보 이슈마저 ‘농담’으로 녹여버릴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김 위원장이 먼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엔에스시(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웃으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영상]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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