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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머, 개방, 파격…전세계에 알린 ‘김정은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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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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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한국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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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여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북쪽 건물인 판문각 문을 열어젖히고 나온 순간부터, 정상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10시22분까지 파격적이면서 자신감있는 모습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27일 오전 9시28분께 판문각 계단을 천천히 내려온 김 위원장은 티2와 티3 사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기다리던 문재인 대통령과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악수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오시는데 힘들지 않았습니까”라며 맞이하자,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렇게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주시니 정말 감동스럽다”고 화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높이 5㎝의 군사분계선 턱을 넘어 남쪽으로 넘어왔다. 북쪽 최고지도자가 분단 이후 남쪽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린 바 있다. 올해 4·27 정상회담 장소를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으로 정한 것도 김 위원장의 ‘결단’이었다.

남과 북을 향해 각각 사진촬영을 마친 뒤 갑자기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북쪽을 가리키며 ‘월경’을 제안했다. 북한 땅을 밟아달라는 김 위원장의 권유에 두 정상은 사이좋게 두 손을 맞잡고 북쪽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돌아왔다.

회담장인 평화의집에서도 김 위원장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평화와 번영, 북남관계의 새로운 역사가 씌어지는 순간에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기 왔다”며 “오늘 현안 문제들, 관심사 문제들을 툭 터놓고 얘기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자”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두고 “정치색이 강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을 의식한 듯 “오늘 저녁 만찬 음식 많이 얘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는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멀리 온,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 위원장은 최근 남쪽 인사들과의 접촉에서 유머러스하면서도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대북 특사단 일행에게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엔에스시(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며 우스개를 건넸다.

또 이달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쪽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엔 출연진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을 잘해서, 이번에 ‘봄이 온다’고 했으니까 이 여세를 몰아서 가을엔 ‘가을이 왔다’고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며 농담하기도 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2018 남북정상회담] 오전 회의 마친 김정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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