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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브라질 축구대표팀 치치 감독 '축구의 정치학' 관례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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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전후해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방문 거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오랜 기간 상식처럼 인식돼온 이른바 '축구의 정치학' 관례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을 전후해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을 방문하는 것은 하나의 전통이었으며, 이는 정치와 축구의 유착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을 지휘하는 치치 감독이 이런 관행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치치 감독은 "월드컵 이전이든 이후든 브라질리아에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밝혔다. 정치에 얽히고 싶지 않으며 축구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치치 감독은 지난 2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도 대표팀 선수들을 이끌고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을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치치 감독 [브라질 뉴스포털 UOL]



브라질에서 정치와 축구가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주셀리누 쿠비셰키 전 대통령(1956∼1961년 집권) 때부터다. 쿠비셰키 전 대통령은 1958년 브라질이 스웨덴 월드컵을 제패하자 대표팀 선수들과 그들의 사진이 담긴 스티커를 정부정책 홍보와 대국민 설득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축구의 정치 도구화에 선례를 남겼다.

브라질의 산업화를 이끌고 수도 브라질리아를 건설한 쿠비셰키 전 대통령은 지금도 'JK'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브라질 국민의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가장 닮고 싶은 대통령'으로 언급한 바 있다.

축구가 쿠비셰키 전 대통령의 업적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강력한 국가발전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50년 가까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인물로 남는 데 축구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70년에는 파울루 말루피 당시 상파울루 시장이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 대표팀 선수 25명 전원에게 승용차를 1대씩 선물로 안기는 이벤트로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기도 했다.

열렬한 축구팬인 룰라 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상파울루 연고의 프로축구클럽 코린치안스 팀 선수들을 수시로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정치 외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브라질에서 월드컵은 국민의 아픔을 가장 잘 달래줄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우승 멤버인 호마리우는 "브라질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당연히 월드컵에서 우승해야 한다. 배고픈 브라질 국민에게 음식을 제공하듯 월드컵을 선사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1980년대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계속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브라질 국민은 미국 월드컵 우승으로 잠깐이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연합뉴스

브라질 축구대표팀 선수들 [브라질축구협회 웹사이트]



브라질은 월드컵에서 5차례(1958년·1962년·1970년·1994년·2002년) 정상에 올랐다. 또 1930년 1회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2018년 21회 러시아 월드컵까지 빠짐없이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세 차례 월드컵에서 두 차례 8강(2006년·2010년), 한 차례 준결승(2014년)에 머문 브라질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16년 만에 정상 복귀를 노린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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