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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경수를 성역처럼… 검경, 영장 건건마다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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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기각 공방 벌이며 '드루킹 수사' 상황 알려주듯 정보 흘려]

경찰은 김경수 휴대폰 압수 않고 검찰은 영장 청구에 유독 인색

정권 눈치본다는 비난 자초

"시간 지날수록 증거 사라져 특검밖에 방법 없다" 여론 커져

서울경찰청은 26일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의 댓글 조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계좌·통신 조회 압수 수색 영장을 지난 24일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대한 계좌 추적 상황을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압수 수색 영장 신청 여부는 증거인멸 등을 우려해 검찰이나 경찰이 확인을 거부하거나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 금지)를 지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초기 단계다. 혐의점도 있다. 경찰은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하면서 "김 의원이 지난해 대선 전후 드루킹 일당의 불법행위와 보좌관의 500만원 수수에 관련됐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영장 기각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은 지난 25일에도 김 의원 보좌관 한모씨의 주거지와 국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이 검찰에 의해 기각됐다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경찰이 '부실 수사' 책임을 검찰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영장 기각 공개는 기밀 누설"

법조계에서는 영장 기각 공개가 '수사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찰이 의지가 있다면 수사를 보완해서 다시 신청하면 될 일이었다"고 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영장 기각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공무상 비밀 누설죄에 해당할 수 있고, 이를 공개한 사람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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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계속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경찰이 김씨의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압수 수색을 할 때도 검찰은 경찰의 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다. 재신청한 영장은 8일 후에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았다. 경찰에선 "검찰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경찰 간부는 "수사팀과 변호사 자격증을 갖춘 경찰 등이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쳐 신청한 영장"이라고 했다. 또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검찰이 지나치게 영장을 까다롭게 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검찰도 '부실 수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작년 5월 선관위 수사 의뢰로 김씨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때 그의 자택이나 파주 출판사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일당의 제한된 계좌 내용만 들여다본 뒤 '혐의가 없다'고 사건을 종결했다. 검찰은 또 "경찰의 수사 지휘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현재 영장 신청에 대한 제한적인 법리 검토 의견만 나눌 뿐 경찰과 수사와 관련된 협의는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앞에서 작아지는 검경

검경은 유독 김경수 의원과 관련한 수사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6일 간담회에서 김 의원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경찰은 또 핵심 증거인 김 의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검찰도 김 의원 관련 영장에는 유독 인색하다. 한 변호사는 "김 의원이 이번 수사의 성역처럼 된 듯하다"고 했다.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이번 사건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정욱 변호사는 "검경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을 없애기 위해선 특검 수사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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