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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숙한 윤진아가 바로 나”…30대 직장여성 취향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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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억압된 직장 여성의 각성 큰 공감

연하남과의 사랑 통한 성장 ‘의존성’ 지적에 감독 “주인공은 진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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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아는 굉장히 미성숙한 여자예요. 회사 점심시간에 메뉴는 능숙하게 고르지만, 생의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미숙하죠. 그러니까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면 이상한 짓을 해요. 아버지에게 무릎 꿇는 장면은 진아가 자신의 미숙한 부분과 맞닥뜨리게 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럴 때 삶에 대한 어떤 통찰이 생기지 않나 생각해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연출을 맡은 안판석 감독은 26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예진, 정해인도 참석했다. 드라마는 아는 누나 동생으로 지내던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렸다. 해당 장면은 윤진아가 아버지에게 연애 사실을 고백하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대한 설명이었다.

종합편성채널 드라마로 방송 6회 만에 6.5%(시청률 조사기관 TNMS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의 인기는 뜨겁다. 5년 만에 TV 드라마에 복귀한 손예진은 ‘멜로 여신’의 입지를 굳혔다. 귀엽고 사려 깊은 연하남을 연기하는 정해인은 단숨에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두 사람의 로맨스 외에 주인공 윤진아가 겪는 각박한 회사 생활 묘사는 30대 여성 직장인의 큰 공감을 샀다.

호평 일색인 드라마지만 문득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도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제목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예쁘고 경제력 있는 여성에 대한 환상’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대개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드라마의 이런 제목은 로맨스 판타지를 대놓고 강화한다는 것이다.

다행일까, 내용은 제목과 그리 비슷하지 않았다. “보편성”의 힘을 믿는다는 안 감독은 멋진 두 주인공의 달달한 로맨스만큼이나 일상에 집중했다. 그중에서도 윤진아로 대표되는 30대 직장 여성의 고난은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숨 쉬듯 이뤄지는 직장 내 성희롱이나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권하는 상사의 모습이 그 예다. 학벌과 직장이 좋은 남자라면 그냥 참고 결혼하라고 말하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윤 탬버린’으로 불리며 직장 내 억압에 동조하던 진아는 준희를 만난 뒤 변한다. 고개는 여기서 한 번 더 갸웃거려진다. 어른 남자들의 만행에 지쳤던 진아가 연하남과의 사랑을 통해 힘을 얻고 변화한다. 회식 참여 강요를 똑부러지게 거절하고, 여성 사원들과도 연대한다. 안 감독의 말대로 “윤진아는 서준희를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각성”한다. ‘사랑의 힘’을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의존성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상황만 예전과 다를 뿐, 남성성과 여성성을 표현하는 모습은 여느 드라마와 똑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동생 친구와의 연애를 부모에게 알리며 무릎을 꿇는 장면도 꼭 필요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감독은 “준희가 진아를 구해주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반박했다. 그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윤진아”라며 그의 성장을 그리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윤진아가 겪는 사랑과 삶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려 노력한다. 다만 진부한 일상의 전형을 크게 전복하려 하지는 않는다. 안 감독은 그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그는 “비슷한 장면이 이어진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다르다”며 “인생이란 이런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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