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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남북 단일팀 '원조' 현정화 "진작 탁구 단일팀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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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서 北 리분희와 우승 합작

현정화 "엔트리 확대 등 동반되면 피해 없이 좋은 결과"

연합뉴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 멤버였던 현정화 감독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1990년 '탁구여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현정화(49) 렛츠런 탁구단 감독은 대한탁구협회가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남북 단일팀 구성을 희망하는 경기단체 대열에 합류한 것을 반겼다.

탁구협회는 애초 대한체육회가 아시안게임 40개 종목의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 때는 빠졌다가 26일 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남북 단일팀 구성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탁구협회가 남북 단일팀 구성 대열에 합류한 건 단일팀의 '원조'라는 상징성을 가진 데다, 탁구가 다른 종목보다 단일팀 종목으로 적합하고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탁구협회 관계자는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준비 등으로 바쁜 일정 탓에 협회 내부 의견 수렴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탁구가 가장 먼저 남북 단일팀을 한 종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강한 참가 의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여자실업팀 사령탑을 맡은 현정화 감독은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의 아성을 허물고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쾌거를 이룬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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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단일팀 현정화와 리분희의 선전
(일본=연합뉴스)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한 남북 단일 탁구 코리아 팀 여자 복식의 현정화(오른쪽)와 리분희가 선전하고 있다. 1991.4.24 (본사자료)



또 이유성 탁구협회 부회장도 당시 남북 단일팀의 코치로 여자단체전 우승 금자탑을 쌓는 데 앞장섰다.

당시 선수로 북한의 이분희와 호흡을 맞춰 여자단체전 금메달 기적을 창조했던 현정화 감독은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참여를 환영했다.

현 감독은 "탁구가 가장 먼저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는 상징성이 있다"면서 "나 역시 선수 시절 단일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단일팀이 이뤄진다면 감격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탁구는 진작 단일팀을 구성했어야 맞다. 27년 만의 시도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단일팀뿐만 아니라 합동 훈련, 남북 교류전 등을 통해 남북 탁구가 협력하면 경기력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탁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단식과 남녀 단체전, 혼합복식 등 5개 종목에 금메달이 걸려 있다. 단식은 국가별로 2명이 출전하고, 혼합복식은 2개 조가 참가한다. 단체전 출전 엔트리는 5명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아시아탁구연맹(ATTF)의 협조와 참가국의 동의를 거쳐 남북 단일팀의 엔트리를 확대해준다면 선수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때도 단체전만 4명으로 고정됐을 뿐 단식과 복식 등은 단일팀 엔트리를 2배로 확대해줬다.

현 감독은 "여자대표팀은 북한과 경기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종목보다 단일팀을 하기에 유리하고, 경기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크다"면서 "남자팀은 병역 문제가 걸려 있어도 엔트리가 늘어난다면 부분적으로 추진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때 25년 만의 재회가 불발됐던 북한의 리분희(50)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과의 만남 기대감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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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방문한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
(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 북한 농아축구팀을 이끌고 4박5일 일정으로 호주를 방문한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이 13일(현지시간) 시드니 인근 한인타운인 스트라스필드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2014.12.14 passion@yna.co.kr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여자단체전 우승을 합작했던 둘은 현 감독이 여자단식 우승 쾌거를 이뤘던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만나지 못했다.

이번 평창 패럴림픽 때도 리분희 서기장이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방남 명단에서 빠져 만남이 무산됐다.

현 감독은 "남북 단일팀에서 46일간 합숙훈련을 하며 친해졌던 분희 언니를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면서 "아시안게임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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