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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영상] 백기완 “촛불로 선 문대통령, 그 배짱 믿고 가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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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심장 수술’ 백기완 남북정상회담 환영 메시지

“남북 만남은 평화 위한 시민들 노력의 결실

한반도 문제 다가서는 정부의 태도·방법 지지

민중이 주도한 한반도 평화운동과 같은 방향

평화·민주·해방 위해 소신껏 한번 일해보시길”



한겨레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노동자들의 병문안 받으며 남북 평화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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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질환으로 투병 중인 ‘재야의 거목’ 백기완(86·사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영상을 26일 <한겨레>에 보내왔다. 백 소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 방법을 모두 환영한다”며 “민중적인 자부심과 배짱으로 소신대로 (정상회담에 임)하라”고 문재인 정부에 힘을 보탰다. 백 소장은 지난 23일 심장 수술을 앞두고 촬영한 동영상에서 “요즘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 다가서는 그 태도, 방법, 다 환영하고 싶다. 생각대로 잘되길 바란다”고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서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서있다는 깨우침을 가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된다는 뜻이다.

백 소장은 또 현재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훈풍이 2016년 말 한국을 달궜던 ‘촛불’로부터 비롯된 결실이라고도 짚었다. 그는 “(지난 촛불시위는) 우리 한반도의 참된 평화요, 민주요, 자주통일, 민중이 주도하는 해방통일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 맥락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민중적인 자부심과 민중적인 배짱을 가지고 소신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심장 혈관이식 대수술 뒤 중환자실 입원
“역사의 진보 위해 부딪치는 강물로 만나자
그게 진짜 만남 아니겠나. 우리 또 다시 만나자”


백 소장은 현재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4월초부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겪은 백 소장은 병원을 찾아 심장에 있는 총 3개의 관상동맥 중 2개가 막혔다는 진단을 받았다. 백 소장은 12일께 응급 시술을 받은 뒤 23일 9시간에 걸쳐 5개의 혈관을 심장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이미 앓고 있던 호흡기 질환이 악화돼 우려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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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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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백 소장이 <한겨레>에 보내온 영상은 대수술을 앞두고 병실에서 촬영한 것이다. 그는 이 영상에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나처럼 살아온 사람은 짓밟힐수록 불씨가 이는 불꽃 ‘서덜’(불씨의 우리말)이 있다고 했다”라며 “나도 그 ‘서덜’로 캄캄한 어둠을 헤쳐볼까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여러분 다시 만날 날, 반드시 살아서 만난다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진보를 위해서 부딪치는 강물로 만나는 것이 진짜 만나는 것이 아니겠나. 우리 또다시 만나자”라고도 덧붙였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백 소장은 이날 채원희 통일연구소 상근활동가를 통해 <한겨레>에 “그동안 건강 문제를 별도로 생각한 적 없다. 나는 비칠대는(몸을 가누지 못하는) 민중과 함께 찔뚝거리는 민중과 함께 계속 앞으로 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27일 만나는 남북 정상에게는 “남쪽의 높은 사람이 됐든 북쪽의 높은 사람이 됐든 자기를 놓으시오. 붙들 생각 말고 역사의 진보만 꼭 손에 쥐시오”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백 소장은 시민들에겐 “우리는 한번도 부패한 권력에 굴복한 적이 없다. 우리에게 일대 기회가 왔다. 미국을 올바로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에 또다시 질질 끌려만 다닐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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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3일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와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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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을 누구보다 기다렸을 백 소장은 아직 거동이 힘든 상황이다. 백 소장의 딸인 백원담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지금은 움직이기 힘들어 텔레비전을 보시기도 어렵다. 오늘(26일) 밤 조금 나아지면 많이 기다리셨던 만큼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현장을 지켜보실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1932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할아버지 백태주 선생을 통해 김구 선생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해방 이후 월남한 백 소장은 1960년대 한일협정반대운동 등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1974년 고 장준하 선생과 함께 유신헌법 철폐 100만명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대통령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등 두 차례 투옥돼 고문을 받았다. 그는 최근까지도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촛불 집회 등 소외된 민중, 고통받는 시민이 있는 자리에 늘 함께했다.

‘투사’보다 ‘시인’으로 불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정환봉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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