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AI·구제역 방역 선방했다지만…655만 마리 살처분 잔혹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닭·오리 654만 마리, 돼지 1만2천마리 땅 속에

환경·동물단체 및 사육농가들 "과한 조처" 반발

농식품부 "예방적 살처분 큰 효과…제외방안 검토"

살처분 보상금 포함한 재정소요액 800억 이를듯

뉴시스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의 한 돼지사육 농가에서 방역요원 및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 자료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올해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의 신속한 초동 조치로 방역에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구체적 유입 경로를 밝혀내지 못한 채 광범위한 살처분으로 가축 전염병을 빠르게 덮어버렸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AI 발생으로 전국에 내려졌던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구제역으로 인한 이동제한은 오는 30일께 푼다.

AI와 구제역에 대한 전국 이동제한 해제 시점부터 위기경보 단계는 '심각'에서 '주의'로 두 단계 낮춘다.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다.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올해 3월17일까지 5개월 간 발생한 22건의 고병원성 AI로 162개 농가의 닭·오리·메추리 654만 마리가 땅속에 묻히거나 소각됐다.

가축별 살처분 규모는 닭 581만1000마리, 오리 69만6000마리, 메추리 3만2000마리다.

실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22개 농가의 사육 규모는 132만5000마리였다. 나머지 521만 여 마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죽임을 당했다.

지난 겨울(2016년 11월~2017년 4월·383건)의 5.7% 수준인 22개 농가에서만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음에도 방역당국은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이들 농가와 3㎞ 내 인접한 농가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벌이면서 5배 가까이 많은 가축이 도살된 것이다.

구제역도 마찬가지로 2건만 발생해 2016년(21건)과 2017년(9건)에 비해 월등히 적었지만, 구제역 발생 농가 2곳의 1만1726마리를 포함해 총 1만9000여 마리를 매몰했다.

이재욱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년의 경우 예방적 살처분 지역 내 양성반응이 30% 가까이 나왔지만 올해는 단 한 건의 항원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처분은 질병 감염 가축과 동일군 내 감염의심 가축 뿐 아니라 필요시 직접 접촉이나 병원체를 전파시킬 수 있는 정도의 간접 접촉으로 감염이 의심되는 다른 가축군까지 죽이는 것으로, 질병 발생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역조치의 하나다.

살처분된 가축의 사체는 소각 또는 매몰 방식으로 폐기된다.

뉴시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을 받은 경기 평택 청북읍의 가금류 농가와 인접한 농가에서 관계자들이 예방적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자료


농식품부는 AI·구제역 발생 농가 반경 500m 내 관리지역 농가의 가축에 대해 살처분해오다 2015년 역대 최악의 AI 사태를 겪고선 이듬해인 2016년부터 3㎞ 이내를 보호지역으로 정해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2016년에 그해 11월16일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후 불과 35일만에 2000만 마리가 살처분 됐었다. 종식 선언때까지 살처분된 규모만 3807만 마리에 달한다.

2975억원의 재정이 투입됐을 정도로 AI 피해가 가장 컸던 2014년 1월~2015년 11월 23개월 동안 총 2477만 마리 살처분된 것보다 그 규모가 크다.

구제역의 경우에도 2014~2015년 196개 농가에서 기르던 돼지·소·사슴 17만1000마리가 살처분됐지만, 2016년에는 25개 농가의 3만3000여 마리나 죽임을 당했다.

올 겨울은 AI와 구제역 발생 건수가 현저히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살처분이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은 예방적 살처분이란 명목 하에 멀쩡한 가축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행태가 전염병 발생때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감염 여부에 관계없이 3㎞ 내 가축을 감염의심군으로 보고 싹쓸이 살처분하는 대응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살처분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데다 환경 오염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올겨울 AI 살처분으로 발생한 재정 소요액은 552억원으로 추정된다. 구제역까지 합하면 8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살처분 했다고 지적할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바이러스 확산 전 예외 없이 그렇게 한 것(살처분)이 방역에 굉장히 도움이 됐다. 큰 틀에서 보면 잘한 조치라는 게 내부적 판단"이라며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나 만일 발생하면 올해 했던 (살처분)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다만 "이번 방역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분석해 6월까지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장(농가)과 전문가들의 의견, 축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브리핑에 배석한 오순민 방역정책국장은 "3㎞까지 확대해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조치라는 농가들의 반발이 있었다"며 "3㎞ 내 예방적 살처분을 필수로 하되 지리적·역학적 상황을 고려해 (살처분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hjpyun@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