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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골잡이서 도움왕 변신한 이근호 "러시아월드컵, 내 마지막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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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리그 어시스트 1위…대표팀에서도 특급 도우미로 만개

"브라질월드컵에서 골 넣고 웃지 못한 악몽…러시아월드컵서 씻고 싶어"

AG 대표팀 동명이인 이근호에게도 조언 "이근호의 해 만들자"

연합뉴스

(춘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강원 FC 이근호가 25일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 축구경기장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4.26 cycle@yna.co.kr



(춘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언젠가부터 강원FC 이근호(33)의 이름 앞엔 '골잡이'라는 수식어 대신 '조력자'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직접 골을 넣어 경기를 지배하기보다 측면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시도해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역할을 한다.

이근호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개인 기록으로 표출된 건 2016년부터다.

그는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2016년 처음으로 득점(5골)보다 어시스트(6개)를 많이 기록했다. 강원으로 이적한 지난 시즌에도 득점(8골)보다 도움(9개)을 더 많이 올렸다.

올 시즌엔 이런 모습이 더 뚜렷하다. 9경기에 출전해 4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어시스트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은 아직 없다.

25일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 축구경기장에서 만난 이근호는 '특급 도우미'로 변신한 이유를 묻자 "골은 안 넣은 게 아니라 못 넣은 것"이라며 "다만 내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도움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 많이 뛰어다녀야 고립되지 않는 스타일인데, 내가 많이 뛰다 보면 동료에게 공간이 많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패스를 하게 되고 어시스트로 연결된다"라고 말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리그 최고의 조력자가 됐다는 의미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이근호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는 2015년 1월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다 2년 4개월여 만에 복귀한 대표팀에서 '손흥민 도우미'로 재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에서 손흥민과 투톱으로 나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근호는 오른쪽 측면을 끊임없이 파고들어 상대 팀 수비수들을 측면으로 끌어당겼고, 공간이 나온 중앙으로 공을 넘겨 손흥민에게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다.

전반 11분에 나온 손흥민의 선취골도 이근호의 발끝에서 시작했다.

이 경기 전까지 손흥민은 상대 팀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를 받아 부진했는데, '특급 조력자' 이근호의 역할로 완전히 살아났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이근호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근호 역시 약 50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는 "러시아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상대 팀 전력을 분석하며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A매치에서 골을 넣지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러시아월드컵에서 골 맛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근호의 최근 A매치 골은 지난 월드컵 본선에서 나왔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러시아전에서 나온 선제골이다.

그는 "4년 전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라며 "월드컵 첫 골을 넣어 기뻤지만, 당시 대표팀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아 좋은 티를 못 냈다. 러시아월드컵에선 좋은 팀 분위기 속에서 득점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많아 이번 월드컵이 내 인생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며 "만약 엔트리에 뽑힌다면 내 모든 것을 쏟아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엔 러시아월드컵 외에도 축구계 대형 이벤트가 또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엔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하는데, 이 팀에도 동명이인 선수 이근호(22·포항)가 뛴다.

강원 이근호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 친분을 쌓을만한 접점이 없었지만, 이름이 같은 선수라 눈길이 가더라"라며 "난 월드컵에서, 그 친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이근호의 이름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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