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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억할 오늘] 카네이션 혁명(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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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974년 오늘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으로 살라자르 40년 우민화-독재체제가 붕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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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4월 25일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36년 독재와 42년 신국가체제(Estado Novo))가 무너졌다. 좌파 초급장교들이 이끈 무혈 쿠데타 덕이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 군인들의 군복과 총구에 카네이션을 꽂아주며 긴 압제의 끝을 자축했다.

1926년 쿠데타 권력의 재무장관으로 입각한 경제학 교수 안토니우 드 올리베이라 살라자르(Antonio de Oliveira Salazar, 1889~1970)는 공황기 포르투갈 경기부양으로 인기를 얻어 32년 총리로 선출됐다. 골수 엘리트주의자였던 그는 여당 국민통일당을 기반으로 전통 보수 국가주의 체제를 구축했다. 집권 이듬해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 노조활동을 금지하고 여당만 국회의원이 될 수 있게 했다. 정당정치의 끝이자 종신 체제의 시작이었다.

그의 극우 신국가체제는 중등 이상 교육예산 감축, 축구와 종교, 대중음악 즉 3F(Football, Fatima, Fado) 활성화라는 우민화 정책으로 지탱됐다. 경찰ㆍ군조직으로 반발세력을 억압했다. 대외적으로는 옛 제국주의 포르투갈의 영화를 되찾기 위한 아프리카 앙골라, 기니비사우, 모잠비크 동티모르 등지 식민지 전쟁에 몰두했다. 재정이 피폐해지고 산업은 낙후했지만, 그의 치세는 무척 안정적이었다.

살라자르는 68년 낙상사고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져 2년 뒤 숨졌다. 뒤 이은 마스렐루 카에타누 총리 체제도 다를 바 없었다. 긴 해외 전쟁과 피폐를 참다 못한 좌파 청년 군인들이 이른바 구국운동(MFA)을 결성, 쿠데타를 감행했다. 4월 25일 자정 무렵 봉기한 그들은 날이 밝기도 전에 국영 방송국을 포함 수도의 주요 시설을 점거하고 임시혁명정부를 수립했다. 총리와 명목적인 대통령은 유폐했고, 그들이 추대한 장군이 임시 대통령이됐다. 76년 자유총선거로 MFA 출신 장군(안토니우 하말류 아이느스) 체제의 정식 정부가 서기까지, 좌우파간 권력투쟁은 있었지만, 그들의 쿠데타는 이례적으로 평화로웠다.

그 뒤로 혁명일 4월 25일은 포루투갈 ‘자유의 날’이다. 하지만 교육과 산업 등 여러 분야에 끼친 살라자르 40년의 짐은 아직도 남아 유럽 재정위기 국가 중 하나로 고전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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