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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차버린 機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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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셰얼하오 五단 / 黑 이야마 九단

조선일보

〈제8보〉(87~91)=한 번 실수가 평생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생각 없이 뱉은 한마디로 긴 세월 고통을 겪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목도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바둑판 위에서도 발생한다. 이른바 선수(先手)라고 무심코 둔 수가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는 경우다.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것은 인생살이나 바둑이나 같다. 피해 상황을 고스란히 자기 눈으로 보게 된다는 점에선 오히려 바둑 쪽이 더 가혹할 수도 있다.

87이 문제의 한 수. 백이 먼저 '가'로 젖혀 이을 수 있는 이른바 '양선수(兩先手)'의 곳이다. 기민해 보이는 이 수가 왜 문제일까. 88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참고 1도의 수순으로 상변 흑이 선수로 안정하는 수순을 스스로 차버렸다. 이 수순을 남겨 뒀더라면 89 같은 보강이 불필요했다.

예를 들어 참고 2도 1로 지키는 것과 실전은 천양지차다. 백이 2~6으로 차단해 와도 참고 1도의 도생(圖生)책이 마련돼 있으므로 다시 7을 차지할 수 있다. 이 진행이라면 흑의 우세였다. 선수(先手)를 양도받은 백, 우변 흑진에 90이란 침입수를 투하했다. 이 백의 운명은 또 어찌 될까.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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