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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200송이 벚꽃-금색 식탁보… 멜라니아, 국빈만찬 진두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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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국빈’ 마크롱 환대

사흘간의 미국 국빈 방문 첫날인 23일 오후 5시 35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프랑스식으로 번갈아가면서 비주(양 볼에 뽀뽀)를 나누며 반겼다. 이날 만남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맞는 국빈 행사의 시작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외국 국빈을 초대하지 않은 건 1923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95년 만이다.

‘정치 이단아’ 트럼프 대통령은 첫 국빈을 맞는 데에도 기존 전통을 깨는 파격의 연속을 선보였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23일 첫 만찬을 한 장소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대저택인 버지니아주의 마운트버넌. 이곳에서 외국 대통령을 맞은 건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단지 아름다운 집이 아니라 미국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던 마운트버넌을 첫 만찬 장소로 정한 건 미국 독립운동에 도움을 준 프랑스와의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21개의 방 중에는 워싱턴 대통령을 도와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장군 마르키스 라파예트의 방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과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 100주년을 맞아 자신을 파리로 초청한 데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첫날 만찬은 배석자 없이 두 정상 부부만 참석한 비공식 자리로 진행됐다. 이 역시 지난해 에펠탑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비공식 저녁 초대를 받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이다.

24일 백악관 공식 만찬은 트럼프 스타일의 결정판이다. 부동산 재벌 출신 대통령답게 ‘통 크게’ 잔치판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소박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9년 당시 인도 총리 첫 국빈 대접 때 초대했던 규모(35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0명만 초대했다. 또한 여야 정치인들을 두루 초대하는 전통을 깨고 민주당 인사는 루이지애나 주지사 한 명만 불렀다. 언론과의 관계가 불편한 탓인지 기자들도 초대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국빈 만찬은 백악관 행사 전문 업체가 맡아왔지만 이번엔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전담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마크롱 대통령 도착 몇 시간 전 트위터에 “몇 달 동안 준비했다. 미국 대통령과 나는 프랑스에 우리의 첫 저녁을 대접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실무진과 함께 마지막 행사 점검을 하는 사진을 올렸다. 크림색과 금색이 섞인 식탁보를 포함한 테이블 세팅부터 메뉴와 공연까지 모두 멜라니아 여사가 선택했다고 한다. 환대의 뜻을 담아 1200여 송이의 벚꽃도 준비했다.

메뉴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미국 전통 음식으로 정해졌다. ‘봄의 경이로운 첫 수확’을 주제로 어린 양고기 요리와 미 남부 뉴올리언스주 요리인 잠발라야 소스를 곁들인 캐롤라이나 골드라이스가 오른다. 백악관에서 재배한 채소와 꿀이 사용된다.

패션모델로 활동했던 멜라니아 여사는 23일 저녁식사 자리에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지방시의 검은색 턱시도 케이프를 착용했다. 이는 지난달 사망한 지방시 창립자이자 프랑스 패션계의 거장 위베르 드 지방시를 추모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7월 파리 방문 당시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여사에게 “몸매가 좋다”고 말해 결례 논란이 일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브리지트가 “이 전화기로 우리에게 전화하는 것이냐”고 영어로 묻자 트럼프는 “맞다. 내가 이걸로 당신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내가 직접 보여주겠다”며 두 대의 전화기 중 왼쪽을 가리키며 “이게 보안 전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헬기에서 내릴 때 마크롱 대통령이 뒤돌아서 부인을 챙기며 손을 잡고 걷는 모습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뒤로 손을 내밀어 뒤따라오던 멜라니아 여사의 손을 잡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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