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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세계초대석] 정세균 “5월 중순 전 개헌안 합의 못하면 21대 국회로 넘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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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임기 마치는 정세균 국회의장 / 6월 개헌 사실상 무산은 부끄러운 일 /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은 안하겠다는 뜻 / 이번 기회 놓치면 동력 얻기 쉽지 않아 / 국회의원 외부경비로 가는 해외여행 / 원칙적 금지하고 국익 도움 경우에만 / 심사 거쳐 의장이 허용하는 제도 준비 / 국회, 남북정상회담 합의 수용·지원해야 / 헌정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가장 기억 / 더 일하는 국회 만들지 못한 것 아쉬워

정세균 국회의장은 23일 헌법 개정과 관련해 “여야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러는데 정말 지혜를 모으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개헌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다음달 29일 퇴임하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23일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장은 별로 권한이 없고 항상 애가 타고 힘이 드는 자리”라고 소회를 밝힌 뒤 “국회는 입법부다.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에 가서 활동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회에서 의정 활동이라는 본업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문 기자


다음 달 29일 임기를 마치는 정 의장은 이날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각 정당이 대선에서 공약했던 6월 개헌이 무산되면 부끄러운 일”이라며 “5월 중순 개헌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개헌 논의는 21대 국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태로 문제가 된 국회의원의 외부 지원 해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힌 정 의장은 “국회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그동안 이 같은 관행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4월 임시국회가 파행되는 데 대해 “정쟁은 정쟁대로 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하는데 국회를 아예 멈추게 하는 것은 (여야가)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은 그럴 권한을 (국회에) 주지 않았다”며 여야를 나무랐다.

취임 후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던 그는 “아직도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대기 중인 법안이 9000건”이라며 “더 일하는 국회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6월 개헌이 사실상 무산됐다.

“선거는 정당의 일상적인 일이다. 그것 때문에 국가 백년대계를 다루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권의 한계다.”

―권력구조가 쟁점이다.

“(여야가) 자기주장만 하는 것은 안 하겠다는 뜻이다. 개헌이 한 정파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나. 말로는 개헌하자고 하면서 서로 양보를 하지 않은 것은 실질적으로는 안 하겠다는 것이다.”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입장 아닌가.

“원래 개헌을 하자는 취지가 집중된 권한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개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분권화다. 이 시점에선 대통령제로 하되 내각제적 요소를 어느 정도 가미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국민 수용도가 높아지면 내각제를 할 수 있다.”

―야당 의견과 비슷하게 들린다.

“꼭 그렇진 않다. 대통령 개헌안에도 분권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 여야가 절충하면 될 일이다.”

―국회가 개헌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5월 중순 이전에 개헌안에 완전히 합의하면 된다. 그러면 대통령이 발의한 안은 철회를 요청하고 여야가 합의한 시기에 그 개헌안을 처리하면 된다.”

세계일보

―5월24일(대통령 개헌안 표결일) 전에 합의해야 하나.

“그렇다. 5월 중순 전에 완전히 조문화 절차까지 마친 다음 국민투표를 언제 하자고 정하면 그때로부터 역산해서 처리하면 된다. 이번에 합의하지 못하면 개헌 동력을 다시 얻기가 쉽지 않다.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했다. 고위직 인사에서 잇따른 낙마 사태가 벌어졌는데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나.

“결과를 놓고 보면 그 얘기가 맞다. 어떻게 해서 인사가 (그렇게) 이뤄졌는지 모르니까 그걸 내가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그런 낙마 사태가 없었으면 우리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지금보다 더 높았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외부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는.

“김영란법 전에는 그런 관행이 있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런 일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했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익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전 심사를 거치고 의장이 결재해서 허용하는 것으로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경비를 지원받아 출장을 가는 관행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것이었나.

“저촉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세계일보

―의원 해외 출장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좀 들여다봐야겠다고 얘기한 거다. 그런데 어떤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니다. 전수조사와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대안을 말한 것이다.”

―김 전 원장 사태로 문제가 된 국회의원 임기 말 후원금 사용도 개선책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일을 겪었으니 (의원들이) 법대로 잘할 것이다. 원래 후원금은 그해에 모금해서 그해에 쓰는 게 원칙이다. 김 전 원장 사례는 이례적이었다.”

―4월 국회가 올스톱이다. 추경안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4월 임시국회는 의원들이 열고 싶으면 열고 닫고 싶으면 닫는 게 아니라 국회법에 의해 자동적으로 열리게 돼 있다. 지금도 열려 있는 상태인데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해 일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당연히 심의해야 한다. 통과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심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국회 직무유기다.”

―국회 교착 원인 중 하나가 민주당원 댓글 파문이다. 야당이 특검과 국조를 요구하는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그 얘기들을 했는데 빨리 합의하라고 압력 넣는 것 말고는 내가 어느 한 쪽 편을 들기가 어렵다.”

―선진화법 개정은 어떻게 되나.

세계일보

“19대 국회 말 당시 여야가 모두 손보기로 해놓고 지금 와서 숙제를 안 하고 있다. 19대 말에 어느 당이 여당이 될지 모르니 선진화법 개정을 해서 21대부터 시행하자고 합의를 했고, 운영위 내에 소위까지 만들어졌는데 정작 개정작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20대 국회가 다당제로 출범했다. 평가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 탄핵 같은 큰 정치적 사건을 겪으면서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처럼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양당제보다 다당제가 바람직하다.”

―청와대가 대의민주주의보다는 직접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게 아닌가. 정부의 협치 점수는.

“다른 (분야) 점수에 비해선 협치 점수가 좀 낮다. 그래도 대통령의 소통하는 노력은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은 어떻게 평가하나.

“들춰내고 뒤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 하지만 드러난 일에 대해선 청산해야지 그걸 덮을 수 있나? 그걸 덮으면 국민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11년 전과 지금이 다른 것은 그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를 불과 몇 달 남긴 시점이었다면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면 실행력이 훨씬 높을 수 있다. 국회는 그런 합의를 받아들이고 지원해야 한다. 국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세계일보

―의원들이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많이 출마한다.

“광역단체장은 행정가이며 정치가다. 국회에서 정치수업을 쌓은 분들이 광역단체장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과 중앙이 소통도 잘해야 하니 국회를 경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임기가 다음 달 끝난다. 소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다. 대통령의 유고에 가까운 상황도 잘 감당했으니 그래도 국회가 제 몫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임기 동안 여러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국회 청소 노동자 직접 고용, 미래연구원 창립 등 나름대로 짧은 시간이지만 뭘 하긴 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고 있다.”

―국회가 이것만은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더 일하는 국회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쉽다. 우리 국회의사당도 영국처럼 불이 꺼지지 않는 의사당이 돼야 하는데 현재 국회에 9000건이나 계류 중인 것은 불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퇴임 후 남은 2년 의원 임기 동안의 구상은.

“하루하루가 바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려 한다.”

―당 대표를 세 번 했다. 전북에서 4선을 하고 지역구를 옮겨 서울 종로에서 재선을 했다.

“하하, 그래서 나보고 ‘직업적 당대표’라고 하기도 한다. 운이 좋았다.”

―20대 이후의 진로는.

“현재로서는 다른 생각은 없고, 지난 2년간 종로구민들에게 내가 할 것을 다 못한 면이 있어서 잘 섬길 생각이다. 그러면서 또 국가를 위해 뭘 해야 할지 고민해 보겠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의미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혜택을 많이 봤으니 (갚는다는 의미다). 자리에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담=황용호 선임기자

정리=홍주형 기자 jhh@segye.com

정세균 의장은

●전북 진안(1950)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과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총학생회장 ●쌍용그룹 입사, 상무이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장 ●산업자원부 장관 ●민주당 대표 ●15~18대 국회의원(전북 진안·무주·장수), 19~20대 국회의원(서울 종로)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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