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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야당] 장충기 문자 파장…'삼성 공화국' 민낯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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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국정농단 1심 재판에서 징역2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본인은 항소하지 않았지만 검찰이 항소했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도 곧 시작됩니다. 이와 별개로 국정원 특활비 35억여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그 재판이 오늘(24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야당 발제에서는 박 전 대통령 재판, 장충기 전 삼성사장 문자메시지 논란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예상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오늘부터 바로 피고인이 없는 재판, 궐석재판을 시작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앞선 준비기일에서 혐의는 부인하고, 재판은 불참하겠다는 의견서를 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선 변호인이 이 의견서를 재판에서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 (3월 28일/음성대역) :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이 청와대가 국정원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있고, 이전 정부도 관행적으로 받았다고 보고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받으라고 말한 적은 있습니다. 불출석은 건강상 이유 때문이고, 검찰이 말하는 것처럼 사법권을 부정하며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고리 권력들이 관례니까 받아보라고 건의해서 받았다는 것입니다. 오늘 증인으로 출석한 안봉근 전 비서관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 재판에서 다 말했다면서 증언을 거부했습니다. 남 전 원장 재판에선 앞선 박 전 대통령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죠. 이재만 전 비서관도 최근 들어 증언 거부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시였다고 주장했죠.

[안봉근/전 비서관 (3월 30일/음성대역) : 대통령께서 국정원장과 예산 관련 얘기를 한 게 있는데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보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어떤 일에 개입하고 건의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재만/전 비서관 (2017년 12월 19일/음성대역)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면 받으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봉투 내용물이 돈인지 몰랐습니다.]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국정원장들은 내일모레 결심 재판을 받습니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모두 상납 사실은 인정하지만 뇌물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정운영을 위해 청와대가 예산을 쓴다고 생각했지, 어떤 대가를 기대하고 건넨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돈을 의상비, 기 치료비, 미용시술비 등 사적으로 썼다는 데 대해 이병기 전 원장은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말했습니다. 전달 과정과 돈의 성격 등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 문고리 권력, 국정원장들 간 입장 차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35억여 원을 상납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박 전 대통령 최측근 참모진들이 의중을 국정원에 전달하고, 국정원장은 기조실장에게 돈을 마련해서 문고리 권력에게 갖다줘라 지시했고 이 돈을 박 전 대통령이 썼다는 점은 큰 다툼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활비 재판뿐 아니라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도 받아야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했지만, 검찰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삼성 관련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다시 판단해달라며 항소했기 때문입니다. 최순실 항소심과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는데, 먼저 재판을 시작한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무죄를 적극 주장하겠다며 직접 일어나 입장문을 읽기도 했죠.

[최순실 (4월 13일/음성대역) : 젊은 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했습니다. 누구나 K팝을 좋아하듯이 저도 그렇게 박 대통령을 좋아했습니다. 1심에서 열심히 싸웠지만 1심에서는 상당한 죄를 받았습니다. 항소심에서만큼은 재판장과 배석판사께서 진실을 꼭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뉴스타파가 장충기 전 삼성 사장의 문자메시지를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탁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였던 윤상현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윤 의원이 말하는 15년 10월 13일 미국출장, 박 전 대통령 순방 동행 출장입니다. 이때만해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던 핵심 실세였죠.

대통령은 '누나'라고 불렀지만 장 전 사장 앞에선 매우 격식과 예의를 차리고 있네요. 혜량해달라며 보낸 이름과 수험번호는 장 전 사장이 직접 챙겼나봅니다.

며칠 뒤 장충기 전 사장 휴대전화로 출신 학교, 지원 분야, 채용 진행 상황 등을 정리해서 보고하는 듯한 문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또 다른 사람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낸 문자메시지도 공개됐습니다. "막둥이 동생이 인도사업장 김 사장 때문에 힘들어서 사직한다"면서 "그동안 진 신세는 가슴에 새깁니다"라고 썼네요.

문제는 강 부장판사가 이부진 임우재 부부의 이혼 소송 항소심을 맡고 있다는 겁니다. 재판을 하다 가슴에 새긴 신세가 생각나면 어떡하죠? 이밖에도 정부불문 역대 기재부장관들은 대부분 장 전 사장과 호형호제 수준의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임채진 전 검찰종장은 딸 인사청탁을 하고,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은 골프장 티켓 잘 받았다며 기간이 지난 건 돌려드리겠다고도 합니다. 여야 정부 불문 전방위입니다. 그리고 상대를 최대한 높이고 나를 최대한 낮춰서 예의와 격식을 차리려면 어떤 표현을 구사해야 하는지 장충기 문자메시지를 보면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든다면, "시청자 여러분 제가 실수를 해도 널리 혜량하여 주시고, 시청자 여러분의 탁견을 가슴 깊이 새겨서, 다정회의 무궁한 발전을 앙망하겠습니다. 충성충성" 이런 식이겠죠. 대한민국의 난다 긴다하는 사람들이 극존칭을 써가며 보내는 문자를 계속해서 받았던 장 전 사장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오늘 야당 발제는 <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재판 시작…장충기 문자 파장 > 으로 하겠습니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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