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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민연금, ´쥐꼬리´로 대한항공 흔든 총수일가 견제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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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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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스캔들이 연일 터져나오는 추가폭로로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한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발동해 총수일가 견제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요구는 그간 투자기업에 대해 주주로서 권리 행사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연금이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적극적 투자로 정책 전환을 검토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각종 ‘갑질’ 및 밀수·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그룹을 휘둘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29.96%를 갖고 있는 지주사 ‘한진칼’로, 총수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4.79%이다. 시가총액 3600억원 규모다. 총수 일가의 대한항공 지분은 조 회장이 갖고 있는 0.01%에 불과하다. 불과 3600억원 어치의 지분으로 시가총액 3조2000억원이 넘는 대한항공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은 12.45%로 한진칼(29.96%)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도 11.81% 가지고 있어 조양호 회장(17.84%)에 이어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움직일 경우 이사진 해임요구와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등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대주주로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합병 등 기업의 주요현안뿐 아니라 총수일가의 일방적 ‘전횡’을 감시·방지하는데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팀장은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기업경영에 의견을 개진할 경우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그간 영향력을 보수적으로 행사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며 “적어도 주요 의사결정이나 대표이사 선임 등 기업 총수일가에 매몰될 수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개입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세부 지침의 제·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관련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아 이르면 7월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심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적성격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 자율성 침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선 개입 기준과 사안에 대한 사전 협의와 제도적 보완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에 검·경, 관세청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합세하며 조씨 일가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일부터 최근 대한항공 기내판매팀을 비롯한 다수의 대한한공 계열사에 기업집단국 조사관 30여명을 보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기내판매팀은 대한항공 기내에서 판매하는 면세품 등을 관리하는 부서다. 대한항공 총수일가가 기내면세품 판매 과정에서 ‘통행세’를 걷거나 사익편취를 했는지가 초점이다.

대한항공 기내면세점에 면세품을 납품하는 무역업체에는 조 회장의 자녀 조현아·원태·현민씨 세 명이 모두 공동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당 업체는 대한항공 부사장을 지낸 ㄱ씨가 운영하는 무역업체다. ㄱ씨는 대한항공 그룹경영조정실장,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 재무보좌, 정석기업 대표이사 등을 거친 총수 일가의 재무 담당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4일 조 전무의 휴대폰 등에서 삭제된 자료를 복원해 분석 중이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전날 국과수로부터 디지털 포렌식 분석결과를 건네받았다”며 “‘물벼락 갑질’ 사건 전후 문자 메시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삭제된 메시지 등에서 증거 인멸을 위한 말맞추기나 회유·협박 등 새로운 정황이 나오면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해 조 전 전무의 업무용 및 개인용 휴대폰 2대와 회의에 참석했던 대한항공 임원의 휴대폰 등 총 4대의 휴대폰을 확보했다. 경찰은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 전 전무를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상습폭행 보다는 업무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노정연·김찬호·김원진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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