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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지지율 5% 넘겨야 출연 가능한 TV토론…정치 다양성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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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소수정당 후보, 토론회서 TV토론 규정 완화 촉구

"아이슬란드선 TV토론 등장 후 지지율 2.5%→27.9% '돌풍'"

연합뉴스

'올드 보이로 채워지는 후보자 TV토론,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4일 종로구의 한 커뮤니티 공간에서 열린 '올드 보이로 채워지는 후보자 TV토론,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18.4.24 cho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지율이 단 1%에 머물러 TV토론에도 나가지 못하던 한 여성 후보가 득표율 27.9%(2위)로 대선을 마무리했다.

2016년 아이슬란드 대선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킨 무소속 후보 할라 토마스도티르(50) 얘기다.

이름을 알리지 못해 고전하던 토마스도티르의 목표는 여론조사 지지율 2.5%를 넘기는 것이었다. 그래야 다른 후보들과 TV토론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까스로 2.5%의 벽을 넘어 TV토론에서 얼굴과 자신의 정책을 알린 순간, 변화가 시작됐다. 기성 정치에 지친 유권자들은 토마스도티르에게 대거 표를 줬다.

국내 정치에서도 이런 후보가 등장할 수 있을까.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뮤니티 공간에선 '올드 보이로 채워지는 후보자 TV토론,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토마스도티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론조사·TV토론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데, 국내에선 정치 신인이나 소수정당 후보가 참여조차 어렵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 의석 5석이 안 되는 원내 소수정당이나 원외 소수정당 후보자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 이상 나와야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여론조사에 소수정당 후보가 포함돼 있지 않아 지지율 통계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이는 TV토론에서 참신한 얼굴을 보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TV토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참석이 확실시되지만 미투 운동 등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소수정당 후보는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2월 13일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총 10차례 있었는데, 이 중 녹색당·대한애국당 등 원외 소수정당 후보가 포함된 여론조사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정의당(6석) 후보가 포함된 여론조사도 2차례에 그쳤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녹색당 신지예 후보는 "지금까지 한국 정치판에서는 유명하거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주목받지 못하고, 소수의 목소리는 배제돼왔다"며 "정책을 소개할 수 있는 TV 토론회 참여를 막는 것은 새로운 정당과 정치인을 사회에 드러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후보는 "이런 문제를 푸는 하나의 방법으로 거대 양당에서 청년·여성 후보를 등장시켜보는 노력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지지율 5% 기준으로 방송토론 참여자를 정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모든 후보자에게 공평한 언론 보도 기회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세옥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부장은 "메인 뉴스에 민주당, 한국당, 미래당만 등장하고 나머지 당은 노출 자체가 되지 않으니 여론조사 지지율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 등으로 성 평등이 진전되는 듯한 모습이지만 실제 정치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는 여성이 1명도 없고 한국당은 세종시장 후보 1명, 정의당은 부산시장 후보 1명이 여성"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17개 시·도에서 벌어지는 TV토론에 등장할 수 있는 여성 후보가 현재 상황에선 단 2명"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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