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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종전선언 기대감에 경기 접경지역 '들썩'…"땅이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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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땅값 연초 대비 20∼30% '껑충'…"'묻지마 투자' 경계"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경기 북부 접경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 북부의 파주 등 지역은 땅값이 연초 대비 20% 넘게 올랐으며 땅 주인들은 일제히 나와 있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재고로 있던 토지는 순식간에 팔리면서 "땅이 동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4일 경기 북부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남북 화해 무드 및 개발 기대심리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역시 경기도 파주의 민통선 내 농지와 문산읍을 비롯, 경의선과 통일로 등 남북한을 연결하는 육로 주변이다.

이 지역은 때마침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2020년 개통 예정),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연결(2024년 예정) 등 교통 호재도 있다.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온종일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으며 문의에 그치는 것뿐 아니라 실제 거래량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파주시 문산읍 토지 매매 건수는 지난 2월 26건에서 3월 40건으로 54% 늘었다. 최근 이 일대 물건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파주시 파주읍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통일로와 경의선 라인에 있는 농업진흥구역 내 토지는 1월에 3.3㎡당 20만∼23만원에 거래되던 것들이 지금은 27만∼28만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2억원 초반대 물건이 2억원 후반대가 된 셈인데, 그마저도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 안에 3건의 토지 거래를 했다는 그는 "호가가 껑충 뛰었고 매도인들은 내놨던 물건을 다 회수한 상태"라며 "매수인들은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절반이고 외지에서 들어와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한 뒤 묻어두겠다'는 분이 절반"이라고 덧붙였다.

파주 문산읍에 있는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몇 달간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절대농지든 민통선이든 가릴 것 없이 가격이 일제히 많이 올랐다"며 "3.3㎡당 8만∼10만원 하던 게 15만원이 됐고, 15만원 하던 땅은 20만∼25만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나 제주도에서까지 전국적으로 '무조건 투자할 테니 땅을 구해달라'는 토지 매매 문의 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오는데 물건이 없어 거래를 못 하는 지경"이라며 "넓은 토지는 소액투자자가 모여 '쪼개기' 하는 사례도 있고, 중개사들끼리도 물건이 있으면 서로 달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남북관계의 미래는?
(파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남북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2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다. 2018.4.22 hihong@yna.co.kr



이처럼 접경지역 토지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진 시점은 연초부터라고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감지되자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땅 주인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해 호가를 끌어올리거나 나왔던 매물을 일제히 거둬들였고, 매수자들은 지적도와 위성사진만 보고도 계약서에 서명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중개업소들이 전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물건이 나오면 따지지도 않고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며 "땅 주인들은 계약하기로 해놓고 그 자리에서 3.3㎡당 5만원씩을 올려버리거나, 계약하지 않겠다며 물건을 회수해 계약이 깨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파주 민통선 마을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선 북방지역 군내면 통일촌이 대남·대북 방송이 멈춰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4.24 andphotodo@yna.co.kr



농지 외에 개발이 제한되는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안의 토지 거래도 활발해졌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고 일체의 개발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하므로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일례로 파주시 군내면은 3월 64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민통선 내 토지는 500평 단위로 땅값이 3.3㎡당 10만원대 초반이기 때문에 5천만원에서 1억원 미만의 투자 문의가 많이 온다"며 "지적도만 떼어 보고서 소유권 이전을 하는 계약들이 꽤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최근에 민통선 내 토지를 지도만 보고 계약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민통선은 한 번도 그 안에서 자체 개발이 이뤄진 적이 없어서 사실상 '묻지마 투자'에 가깝고 투자 리스크가 큰 데도 문의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과거에도 남북관계 개선으로 파주시 등 접경지역 땅값이 급등했다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가격이 꺾인 전례가 있는 만큼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주시 파주읍 태광공인 박용득 대표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남북관계는 늘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기대심리로 단기 차익 실현을 보고 무리해서 투자하는 것은 자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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