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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박근혜 청와대, ‘온라인 홍보’ 계약직 공무원 성향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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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청 국정홍보비서관실 문체부에 이력서 제출 지시…지방선거 앞두고 ‘퇴출’ 거론

문체부 블로그 용역업체 관련 ‘문재인 캠프 자문’ 거론 질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정부 온라인 대변인실의 계약직 공무원들을 물갈이하기 위해 대규모로 성향 조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당시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간부의 요청으로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전화를 걸어 특정 정책홍보 대행업체 대표의 정치색을 문제 삼은 사실도 확인됐다.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3년 말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실은 문체부에 각 정부부처 온라인 계약직 홍보담당자 전원에 대한 프로필을 파악해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이후 참여정부 당시 임용자, 야당 관련 기관 및 단체 출신자, 비판적 언론기관 출신자 등을 퇴출 대상자로 거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분이 불안한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성향 파악에 나선 것은 실제 퇴출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공무원의 정치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문체부 김재환 온라인소통과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 지시에 의해 퇴출된 사람은 없었지만 온라인 담당자에 대한 이력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 백기승 국정홍보비서관이 2014년 1월 김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체부 블로그 ‘정책공감’의 용역업체 더 혜윰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캡처한 자료를 근거로 정치 성향을 문제 삼은 사실도 드러났다. 캡처 자료는 당시 여성가족부에 ‘댓글부대’ 용역을 제공(경향신문 4월16일 1·2면 보도)하고 있었던 업체가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간부를 통해 최순실씨 측근인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백 비서관이 문체부에 전화를 걸기 전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체부 김 과장은 “당시 백 비서관이 전화로 ‘더 혜윰 대표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자문을 맡은 사실이 페이스북에 나와 있는데도 파악하지 못하고 용역을 줬냐’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백 전 비서관은 “김 과장과 통화한 것은 사실이나 이정현 수석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특정 용역업체의 배제를 지시하기 위한 의도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문체부에 대한 질책 이후 더 혜윰은 더 이상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더 혜윰 김은경 대표는 “2014년 11월 문체부 직원과 식사 중 ‘김 대표는 색깔이 달라 다음부터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고 이후 다른 부처 직원들로부터도 유사한 얘기를 들었다”며 “결국 내가 대표로 있는 한 더 이상 공공입찰 참여가 어렵다고 보고 회사를 폐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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