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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오름 위의 제주,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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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익 개인전 ‘오름, 바람, 별’

5월 9~18일 동아옥션 갤러리

동아일보

백광익 작가의 2017년 동명 작품 ‘오름, 별’.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백광익 작가에게 제주도라는 자연환경은 그의 미의식과 심미관, 혹은 그림의 정체성 등을 형성하는 자양분”이라고 봤다. 동아옥션 제공


광활한 밤하늘에 숨구멍처럼 촘촘히 박힌 별들은 인간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려는 걸까.

제주도에서 태어나 평생 제주를 화폭에 담아온 백광익 작가(66)의 개인전 ‘오름, 바람, 별’이 다음 달 9일부터 열린다.

현재 제주국제예술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백 작가는 작품 자체가 제주의 정체성과 상징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오름’ 시리즈는 제주 특유의 풍광을 소재로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을 담았다.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오름은 모태성징의 표상으로 제주인의 마음을 대자연으로 연계시키는 매체”라며 “오름과 그 위로 부는 바람과 별의 움직임을 그려내는 일은 제주 토박이인 백 작가가 가장 자연스럽고 잘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캔버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늘과 아래쪽에 조그맣게 위치한 오름의 풍경 그림은 묘한 착시를 일으킨다. 딱히 어려울 게 없는 단순한 도상의 조합인 듯한데도 왠지 끊이지 않는 서사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초대한다. 김원민 미술평론가는 이를 두고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떠올렸다.

“구상적 운동과 통일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밤하늘은 오름과 우주공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장대한 시가 아닐 수 없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의 이입이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이를 신과 인간의 접점으로 보기도 했다. 박 교수는 “까마득한 우주의 신비를 머금은 온갖 전설과 신화, 설화의 단어들이 떠돈다”며 “그 아래 오름은 거대한 하늘 아래 작고 낮게 자리한 제주라는 땅, 삶의 터전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생각은 어떨까. 백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를 통해 오름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20여 년 세월 동안 신비로운 여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연인의 심정으로 오름 작업을 하고, 이제야 만날 수 있었다.”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동아옥션 갤러리.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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