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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1위 상륙작전 꿈꾸는 SK ‘로맥아더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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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맥, 홈런·타점·장타율·OPS 1위

맥아더 장군 이름 따온 별명도 얻어

파워에 정확도 더하면서 ‘해결사’로

중앙일보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 타고난 파워에 정교함을 더해 해결사로 거듭나고 있다. 팬들은 로맥을 6.25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펼쳤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이름에 빗대 ‘로맥아더’라고 부른다.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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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맥아더 장군’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33·캐나다) 이야기다.

로맥은 연일 홈런포를 터트리며 SK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까지 로맥은 ‘파워’만 갖춘 타자였지만 올시즌엔 ‘정교함’을 갖추면서 SK의 해결사로 다시 태어났다.

23일 현재 KBO리그 최고 타자는 로맥이다. 그는 지난 17일 KT 위즈와의 3연전에서 홈런 4개를 몰아치면서 가장 먼저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경기 만에 두자릿수 홈런을 돌파했다. 로맥은 20일 부산 롯데전에서도 홈런을 추가하며 홈런 11개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점(29개)과 장타율(0.814) 역시 1위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지표인 OPS(장타율+출루율·1.299)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1.83·스탯티즈 기준) 부문에서도 1위다.

연일 홈런포를 터트리면서 새로운 별명도 생겼다. 로맥의 이름에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이름을 더한 ‘로맥아더’다. 맥아더 장군처럼 인천이 연고지인 SK를 승리로 이끈다는 의미다. ‘홈런 공장’으로 불리는 SK의 중심타자이기에 ‘홈런공장 캐나다 지부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5월 대니 워스의 대체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로맥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몸값 총액은 45만 달러(약 5억원)로 평균 이하였다. 2016년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선 타율 0.113(70타수 8안타), 2타점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SK 입단 이후에도 로맥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두 달 동안 타율은 1할대에 머물렀고, 경기당 2~3개씩 삼진을 당하면서 ‘공갈포’로 불렸다. 힘이 좋은 덕분에 맞으면 담장을 넘어가지만 좀처럼 공을 맞히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특히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공에는 연거푸 헛스윙을 하면서 약점을 노출했다.

그래도 SK 코칭스태프는 로맥이 살아나기만을 기다렸다. 2군에 한 차례 내려보내면서 타격 폼을 수정했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로맥에게 상체가 공을 따라나가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발사각을 높이는 어퍼스윙을 가르쳤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지난해 시즌 타율은 0.242에 머물렀지만 3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않고 30홈런을 넘긴 건 로맥이 처음이었다. 구장이 크지 않은데다 우타자에 유리한 문학구장을 홈으로 쓰는 것도 로맥에겐 유리한 점이었다. 그 덕분에 SK는 지난해 최정(46홈런)·한동민(29홈런)·김동엽(22홈런)·로맥 등 ‘정동맥 콰탯’을 앞세워 팀 최다 홈런 신기록(234개)도 세웠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로맥은 더 강해졌다. 23일 현재 타율(0.384) 6위에 오를 정도로 정확함까지 갖췄다. 정경배 코치는 “로맥은 지난해 수정한 타격 자세를 지난 겨울 몸에 완전히 익혔다. 올해는 바깥쪽 공은 물론 하이패스트볼 등 지난해 약점을 보였던 코스의 공까지 때려내고 있다. 한국 투수들을 잘 알게 되면서 정확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선구안도 좋아졌다. 지난 21일 롯데전에선 볼넷을 4개나 골라냈다. 투수들이 정면승부 대신 유인구를 던졌지만 잘 참아낸 덕분이다. 그 덕분에 삼진(31개·2위)은 여전히 많지만 볼넷(16개·4위)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출루율(0.485)도 당당히 1위다. 정 코치는 “슬러거는 삼진을 많이 당할 수 밖에 없다. 로맥에게 적극적으로 휘두르되 참을성을 높이자고 했는데 잘 따라줬다. 로맥 뿐 아니라 우리 팀 타자 전체의 목표도 같다”고 말했다.

올시즌 또 하나의 변화는 배트를 잡는 손의 위치다. 로맥은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부터 방망이 끝의 동그란 노브(knob) 대신 배트 위쪽을 잡는다. 짧게 잡으면 그만큼 스윙 궤적은 작아지지만 컨트롤이 좋아진다. 타구의 포물선 궤적은 줄어들더라도 강한 타구를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파워를 갖춘 로맥이기에 이 선택은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로맥은 파워가 대단하다. 변화구 대처 능력이 부족했는데 방망이를 짧게 잡으면서 정확한 타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맥의 활약 덕분에 SK도 시즌 초반 순항 중이다. 23일 현재 16승8패로 2위다. 강력한 중심 타선에 메릴 켈리-김광현-앙헬 산체스 등이 버티는 마운드가 조화를 이루면서 두산(18승6패)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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