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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본색 드러낸 엘리엇…"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요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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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현대차와 엘리엇 (CG)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사외이사 추가선임 제안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윤보람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구체화하라고 요구했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005380]와 현대모비스[012330]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4일 현대차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엘리엇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엘리엇은 23일(한국시간) 별도 개설한 홈페이지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현대 가속화 제안'(Accelerate Hyundai Proposals)을 발표했다.

엘리엇은 "지주사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OEM)로 재탄생시킴으로써 현재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250060] 간 합병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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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연합뉴스TV 제공]



엘리엇이 예시로 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은 총 4단계로 이뤄진다.

▲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합병회사 구축 ▲ 합병회사를 상장지주회사(현대차 홀드코)와 별도의 상장사업회사(현대차 옵코)로 분할 ▲ 현대차 홀드코가 현대차 옵코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진행 ▲ 기아차[000270]가 소유한 현대차 홀드코 및 현대차 옵코 지분에 대한 전략적 검토(순환출자 해소 및 기아차 자본 확충) 순이다.

엘리엇은 또 "현대모비스·현대차의 과대화된 대차대조표 해소를 위해 현재·미래의 모든 자사주를 소각하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적정 가치를 검토하고 자산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배당지급률을 순이익 기준의 40∼50%로 개선하는 명확한 배당금 정책"을 마련할 것과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세 명을 추가로 선임"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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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엘리엇…"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요구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은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기업경영구조가 개선됐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스로의 제안에 대해서는 "이 제안을 받아본 현대차그룹 주주 대부분은 모두 개선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제안서를 채택하면 현대차그룹의 모든 이해 관계인들에게 유익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노골적인 주가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없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하는 엘리엇이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재 보유한 주식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번 제안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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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매니지먼트 로고 [엘리엇매니지먼트 제공=연합뉴스]



엘리엇의 이 같은 행태는 2015년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 엘리엇은 당시에도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제시안을 공개하며 여론전을 폈고, 실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도한 배당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이번 요구는 제대로 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을 그리는 차원이 아니라 엘리엇이 매입했다고 밝힌 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주식으로부터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라는 제언은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 실현에만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엇의 이날 요구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앞서 발표한 출자구조 재편의 취지와 당위성을 계속 설명하고 소통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id@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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