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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준호 UNIST 연구원, "간암 치료 실마리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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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은 항암제가 안 듣고, 암 덩어리를 완벽히 제거해도 재발률이 70%에 이른다. 따라서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도 높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간암을 잡을 유전적 단서를 찾아냈다.

권혁무 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의 박능화 교수팀과 함께 ‘톤이비피(TonEBP)’라는 유전자가 간암의 발생과 재발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 실험뿐 아니라 울산대병원의 간암 환자 296명의 간 시료를 분석한 결과까지 더해져 의미가 크다.

톤이비피(Tonicty-responsive Enhancer Binding Protein)는 혈장보다 삼투압이 높은 고장성 환경(hypertonicity)에서 세포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사조절인자다. 톤이비피는 일반 세포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높은 삼투압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활성이 촉진돼 100개 이상의 유전자 발현을 증진시키고 고장성 환경에서 저항성을 부여함으로써 신장 수질을 보호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간암 환자의 92.6%에서 암세포가 주변 세포보다 톤이비피가 더 많이 발현 (DNA를 구성하는 유전 정보, 즉 유전자에 의해 생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형성되는 과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암이나 주변 조직의 톤이비피 발현 수치가 나중에 간암의 재발이나 전이, 사망률과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병원인이 B형 바이러스나 C형 바이러스나, 술, 지방간 등으로 다양해도 간암 발생 원리는 동일하다는 게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학술지 ‘소화관(Gut)’에 논문명 <Tonicity-resposive enhancer-binding protein promotes hepatocellular carcinogenesis recurrence and metastasis>으로 발표했다. ‘소화관(Gut)’지는 영국소화기학회(British Society of Gastroenterology)에서 발행하는 공식 학술지로, 소화기관과 간 과학 분야의 선도적인 국제 학술지로 손꼽힌다. 장이나 간, 췌장에 대한 일류 임상 연구를 발표해 명성을 얻고 있다. 2016-2017 피인용 지수(Impact Factor)는 16.658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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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실험쥐에서 톤이비피 유전자 발현에 따른 간암 발생 결과 비교. (오른쪽) 간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발생, 재발, 전이의 원리는 같음을 보여주는 모식도 권혁무 교수는 “지금까지 간암은 발병원인이 사람마다 달라 치료제를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졌다”며 “이번 연구로 간암의 발병 경로가 동일하다는 게 밝혀지면서 간암 치료의 큰 줄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톤이비피 유전자가 간암 재발과 항암제 저항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파악 중”이라며 “이 연구가 성공하면 간암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톤이비피는 권혁무 교수가 1999년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처음 발견한 유전자다. 당시 신장생리학 연구로 이름을 날리던 권 교수는 톤이비피가 신장에서 소변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됐을 때 염증을 유발해 감염을 퇴치하는 데 기여한다는 걸 밝혀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신장이 아닌 간에서 톤이비피 유전자의 영향을 밝혀냈다. 장기는 다르지만 ‘염증’이 관여한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해 7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권 교수는 “2011년 UNIST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톤이비피와 염증질환의 관계를 쫓기 시작했다. 2012년 2학기에 학부생 3학년이던 이준호 연구원이 ‘염증이 간암에 영향을 준다’는 자료를 찾아오면서 톤이비피와 간암의 관계도 살피게 됐다”고 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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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호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이기도 한 이준호 UN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톤이비피 유전자가 간암과도 상관 있을까?’라는 질문에 9개월이 걸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간암은 간에 스트레스를 주면서 발생시키는데, 사람의 경우는 20~30년 정도 지속적으로 스트레스가 주어져야 간암이 발생한다. 쥐의 수명은 2년 안쪽이므로 9개월 정도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줘야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실험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톤이비피 발현 양을 다르게 하고, 간암을 일으킨 것. 2014년 정리된 결과에 따르면, 톤이비피 발현이 적을수록 암 숫자가 적고 암세포의 크기도 작았다. 톤이비피가 간암에 영향을 준다는 단서였다.

그즈음 울산 바이오메디컬산업 관련 회의로 UNIST를 방문한 박능화 교수는 복도에 걸린 권 교수의 연구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간암 전문의였던 그의 눈에 톤이비피가 들어왔던 것. 둘은 당장 울산대병원의 환자 데이터로 검증작업을 시작했다.

권 교수는 “박능화 교수가 수술하고 떼어낸 간암 시료 296개는 하나도 버릴 게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며 “발병 원인과 수술 후 재발, 전이, 사망까지 정리된 기막힌 자료였다”고 전했다.

울산대병원과의 협업으로 톤이비피가 간암을 발생시키는 다양한 단계(세포 손상, 산화 스트레스, 염증) 등에 모두 관여한다는 게 밝혀졌다. 또 90% 이상의 환자들은 간암 발병원인(B형 바이러스, C형 바이러스, 지방간 등)에 관계없이 톤이비피 발현이 늘면 종양이 악화됐다. 간암 발병의 공통적인 경로가 파악된 것이다.

권 교수는 “30년 이상 환자 데이터를 축적해온 울산대병원의 저력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었다”며 “UNIST와 울산대병원의 협업으로 이뤄낸 ‘울산표 연구’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역을 중심으로 큰 문제에 도전하고 해답을 찾는 연구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들풀 기자 itnews@it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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