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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미군이 39년만에 대만에 상주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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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처음

무역전쟁에서 대만 카드 활용 움직임

중국은 '하나의 중국' 흔든다고 반발

미군이 대만 철수 39년 만에 다시 주둔하게 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10명 규모의 미 해병대 병력이 미국재대만협회(AIT) 신축 건물을 경비하는 명목으로 배치된다. 새로운 AIT 건물은 타이베이 북동쪽의 네이후(內湖)구 6.5ha 규모의 부지에 들어서게 되며, 사실상 주 대만 미대사관의 역할을 하게 된다. AIT는 오는 6월 준공되며, 미군 병력은 신청사 인근에 건립되는 ‘해병대의 집(Marine House)’에 상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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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착공 예정인 AIT (American Institute in Taiwan) 부지. 6.5ha 규모이며 대만 정부에 의해 99년 간 미국 측에 임대된다. 인근에 10명 규모의 미 해병대가 주둔하는 '해병대의 집(Marine House)'이 함께 지어질 예정이다. AIT는 사실상 주대만 미대사관 역할을 하게 된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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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번 조치는 상징적이다.

비록 10명에 불과하지만 1979년 미·중 수교와 함께 대만에서 철수했던 미군이 대만땅에 다시 상주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51년부터 28년간 대만에 군사고문단과 연합방위사령부를 두고 대규모의 병력을 주둔시켰었다. 그러나 중국 수교를 계기로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하면서 주둔 병력도 모두 빼낸 바 있다.

이번 조치는 특히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통상전쟁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 갈등 해결에 대만 문제를 활용하겠다는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 해병대 주둔을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시도로 받아들여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당선 직후 부터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직접 통화하고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무조건 인정하지는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만 카드를 중국 견제에 활용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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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79년 미중수교가 시작된 이후 암묵적으로 중국 주도의 '하나의 중국' 기조를 인정해왔다. 동시에 대만과의 공식 수교는 중단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지난해 미군과 대만이 합동 군사훈련을 비밀리에 진행하는 등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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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 국무부는 작년 6월 말 대만에 13억달러(1조3897억원)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한데 이어 7월 말에는 대만과 하와이에서 비밀리에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이 역시 1978년 수교 중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올 2월엔 16년 만에 대만과 미국의 방산업체가 교류를 재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대만에 판매할 무기로는 조기경보레이더 관련 부품과 대레이더 미사일, 어뢰, SM2 미사일 부품 등 7개 품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월엔 미국 상원이 미국과 대만 간에 자유로운 상호 방문을 할 수 있는 대만여행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시간)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튼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AIT 준공식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사실상 중국에 대한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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