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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플랑크톤 등 바다 생물 수직이동이 해수 위아래 뒤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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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후에 중요한 역할…브라인슈림프 연구로 규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크릴새우나 플랑크톤 등 바다 생물이 떼로 수직 이동하면서 여러 층의 해수를 위아래로 섞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탠퍼드대학 공학 교수 존 다비리 박사는 '바다 원숭이'(Sea Monkey)로도 불리는 작은 새우인 '브라인 슈림프' 연구를 통해 바다 생물이 해수를 섞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증거를 네이처지에 보고했다.

다비리 박사 연구팀은 브라인 슈림프가 바다에 살지는 않지만, 플랑크톤이나 크릴새우와 크기가 비슷하고 빛에 쉽게 반응해 바다 생물의 수직 이동을 연구하는 데 적합하다는 점에서 이를 대상으로 실험실 연구를 진행했다.

물탱크에 농도가 다른 여러 층의 소금물을 넣고 탱크 위아래에 등을 설치해 켰다 끄기를 반복하면서 브라인 슈림프의 수직 이동을 유도했다. 그 결과, 브라인 슈림프 한 마리는 물결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떼로 움직일 때는 순식간에 여러 층의 소금물을 휘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바다 생물이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게 하고, 지구 기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수층의 위아래 섞임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을 이해해야 지구기후를 예측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다에서는 매일 밤 새우와 플랑크톤, 해파리, 고래 등 엄청난 양의 생물이 깊은 해저에서 해수면까지 상승했다가 해 뜰 때쯤 다시 해저로 돌아가는 수직이동을 하고 있다. 바다생물이 어떻게 수직이동을 하고 왜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수직이동이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것도 바다에서 가장 작은 생물이 매일 수직이동을 통해 물결을 만들어 내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의 유명 지구물리학자이자 해양학자인 월터 뭉크 박사는 반세기 전 해수의 위아래 뒤섞임 현상이 바람과 조수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통설이 돼왔다. 당시만 해도 작은 생명체가 아무리 떼로 움직인다고 해도 해수층을 뒤섞을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다비리 박사 연구팀은 비록 실험실 연구지만 바다생물의 수직이동이 해수를 위아래로 뒤섞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는 해수의 위아래 뒤섞임과 바다 생물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첫걸음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바다 생물의 일상적인 수직이동이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크릴새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비리 박사는 해양학자도 생물학자도 아니다. 공학도이지만 브라인 슈림프의 움직임에서 맨눈으로 관찰되는 것 이상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10년 이상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014년에는 톰 코번 당시 연방상원의원(공화·오클라호마)이 예산 심사 때 "바다 원숭이의 동시 유영"에 관한 연구라고 질타하며 정부의 예산 낭비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우리가 시작할 때는 이런 걸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몰랐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기초연구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런 것을 영영 모를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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