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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증평 모녀, 언니 가방 훔친 여동생 절도 혐의 미적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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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함께 거주…친족상도례 따라 형 면제

따로 산 방계혈족도 고소 있어야 처벌 가능

【증평=뉴시스】임장규 기자 = 충북 증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의 여동생 A(36)씨의 범죄 적용혐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언니와 조카의 사망 사실을 알고도 언니의 가방을 들고나와 차량 판매 사기행각을 벌인 A씨에게 절도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 도피 끝에 지난 18일 경찰에 체포된 A씨는 사기,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1월2일 저당권이 설정된 언니 정모(41)씨 소유의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중고차 매매상에 1350만원에 팔았다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사용한 점에 대해서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추가됐다.

그러나 범죄 행위의 시발점이 된 언니 가방 절취에 대해선 아무런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여동생을 절도죄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형법상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일정한 가족관계에 있는 행위자에겐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적용된다.

친족상도례란 친족 사이에 일어난 특정 재산범죄에 대해 형벌을 감면하거나 친고죄로 하는 특례조항이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의 경우 죄는 성립하나 형(刑)이 면제된다. 수사 단계에서 절도 혐의를 적용할 실익이 없는 셈이다. A씨는 언니가 숨지기 전 5개월가량 언니와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동거를 하지 않았더라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 직계혈족이 아닌 방계혈족(여동생)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친고죄(親告罪)'가 적용되는 까닭이다. 가방 절도 피해자인 정모씨와 그 일가족은 범죄 행위 전에 모두 숨져 사실상 고소권을 상실했다.

만약 여동생이 아닌 일반인이 정씨의 가방을 훔쳤다면 당연히 절도죄가 성립된다. 소유자가 숨졌더라도 상속을 하지 않은 재산은 본래 소유자에게 소유권과 점유권이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경찰 관계자는 "언니와 5개월가량 거주한 여동생은 절도죄의 형이 면제되는 '동거친족'에 해당한다"며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절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말~12월 초 조카(3)와 언니의 사망 사실을 잇달아 인지한 뒤 올해 1월2일 언니 가방을 훔쳐 언니 소유의 차량을 판매했다.

A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11월27~28일께 '딸에게 약을 먹였다'는 언니의 전화를 받고 집에 가보니 조카가 침대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며 "다음 달 5일 다시 가보니 언니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언니 가방을 들고 나왔다"며 "무서워서 사망 신고는 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imgiz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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