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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 "한국 정부, 공식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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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남성 학살 50주기' 시민평화법정 등 일정 마무리

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사과를 바랍니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베트남전 종전 43주년인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미안해요, 베트남' 릴레이 마감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학살 피해자인 하미마을의 응우옌티탄(오른쪽 네번째) 씨가 한국군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2018.4.23 hkmpooh@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저는 한국군에게 희생된 하미 마을 사람 135명의 뜻으로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주십시오."

23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선 베트남 꽝남성 출신 응우옌티탄(60·여)씨는 베트남어로 미리 써온 발언문을 담담한 목소리로 읽으며 이같이 말했다.

꽝남성 하미 마을에 사는 그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한국군에 의해 어머니와 남동생, 숙모, 두 사촌 동생을 하루에 잃었다. 한베평화재단 등에 따르면 당시 한국군은 하미 마을에서만 135명을 학살했다.

응우옌티탄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학살사건에서 살아남아서 50년이 지난 오늘 한국에 서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난 한 달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간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염려했다. 그러나 학살 당시 나를 구하고 가족과 이웃들의 처참한 시신을 수습했던 오빠가 '억울하게 죽은 가족을 위해 한국에 가서 증언하는 게 살아남은 사람의 도리'라고 해서 오게 됐다"고 전했다.

응우옌티탄은 "우리는 살아서 이 자리에 서지 못한 피해자들 대신에 다시 한 번 한국 국민에게 호소한다. 한국 정부의 사과를 받고 싶다. 한국 정부는 한국군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증언을 들어주고 지지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예전에 한국은 내 가족을 앗아간 무서운 나라였지만 이제 따뜻한 친구도 있는 나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 종전 43주년(4월 30일)과 한국군 꽝남성 학살 50주기를 맞아 19일 국회 기자회견, 21∼22일 시민평화법정 등 연속 행사를 치르고 이날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단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다고 해 공식 사과를 촉구했으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면서 "한국 정부는 먼 길을 달려와 증언한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의 존재를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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