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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30대 그룹 유일 여성 CEO 이수영 코오롱에코원 대표 | 가정마다 탄소배출 줄이고 암호화폐 받는 블록체인 기반 ‘카본 블록’ 플랫폼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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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이야기를 하면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환경?’이냐며 눈총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럴까.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폐해를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환경=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는 별개로 개인이 스스로 환경보호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잘 모를뿐더러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친환경’을 추구할 만한 유인 동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수영 코오롱에코원 대표는 그래서 필요한 것이 ‘마이크로 기후행동(개인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을 하도록 적절한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수영 대표는 지난 2008년 환경·에너지 전문기업인 코오롱에코원(옛 코오롱워터앤에너지)에 몸담은 이래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환경 전문가다. 수처리, 신재생, 자원 재활용 등 다양한 환경 사업을 주도하면서 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감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가 바로 가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감축하도록 유도하는 ‘카본 블록(Carbon-Bloc)’ 플랫폼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탄소 배출 절감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 기본 개념. 언뜻 생각하기에는 다소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미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이 새로운 친환경 모델이 어떻게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지 이수영 대표가 그리는 청사진을 따라가봤다.

매경이코노미

1968년생/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연세대 국제관계대학원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MBA/ 1994년 삼성전자 입사/ 1998년 삼성에버랜드/ 2001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2003년 코오롱그룹 신사업개발본부/ 2008년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상무/ 2013년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 코오롱에코원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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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카본 블록 플랫폼이라니 생소한 얘기입니다. 어떻게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것인가요.

A 일단 블록체인을 떼어놓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각 가정에서 전기·수도·도시가스 등의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면 그 실적에 따라 일종의 암호화폐(토큰)를 얻습니다. 이것은 기업이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나 재화를 구매하는 데 사용됩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토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이는 더 많은 가정의 참여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한마디로 말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만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보상책을 준다는 것이죠.

Q 기존에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탄소포인트제와 유사한 것 같은데요.

A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탄소포인트는 참여 시점으로부터 과거 2년간 월별 평균 사용량 대비 사용량 감축률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가입하고 몇 년 지나면 더 이상 사용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결국 더 이상 혜택을 받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자 하는 동기가 사라지게 됩니다. 탄소포인트제가 좋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유명무실화된 이유기도 하죠. 카본블록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을 활용합니다. 즉 자신의 과거 사용량을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가입자 중 비슷한 유형의 가구들의 평균 사용량과 비교하는 것이죠. 이러면 내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Q 가정에서의 탄소 배출이 그만큼 심각한 문제인가요.

A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예상 탄소 배출량은 7억7000만t으로 이 가운데 34%에 해당하는 2억7000만t이 가정에서 배출될 전망입니다. 전체의 58%(4억5000만t)를 차지하는 산업·발전용보다는 적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양이죠.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친환경 로드맵에 따라 2020년 탄소 배출 허용량을 5억5000만t으로 약 30%나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정과 개인의 대책은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기업이 탄소배출권 제도를 통해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하듯이 가정에서도 하루빨리 전기, 가스, 수도 등을 아껴쓰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Q 플랫폼은 코오롱에코원이 만든다고 해도 지자체나 다른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일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플랫폼 사업은 단순히 잘 만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참여자들이 함께하느냐가 성공을 좌우합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카본 블록을 추진하게 된 계기 중 하나도 국내에 이런 친환경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아서입니다. 국내의 친환경 사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소규모 환경단체나 기업들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구심점이 없어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본 블록이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르는 친환경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실제로 여러 환경단체, 친환경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Q 블록체인 기술은 어떤 식으로 활용 되나요.

A 각 가정의 전기, 가스, 수도 사용량은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개인의 에너지 사용 정보와 절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개인의 마이크로 기후행동이 각각의 탄소배출권으로 환산되고 나면 지자체, 민간기업, 배출권 거래기업 등으로 구성된 마켓 플레이스에서 토큰으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의 스마트 콘트랙트 기술이 상호 간 거래의 안정성을 담보합니다. 일반적인 블록체인 기술이 구성원들의 채굴 행위에 코인이라는 보상을 지급하는 구조라면 카본 블록은 반대로 가입자의 에너지 절감 활동에 보상을 주는 형태입니다.

Q 카본 블록의 수익 모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A 수익 부분에 대해서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오롱에코원은 특화 기술을 보유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그동안 환경 문제 개선에 앞장서왔습니다. 이번 카본 블록 플랫폼 사업 역시 지속 가능한 친환경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국내에 도입해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나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확장성을 갖고 자리를 잡고 나면 수익 모델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코오롱에코원 환경 사업의 향후 운영 방향과 목표는 무엇입니까.

A 앞으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과거 환경 이슈가 공장 등 산업단지에 국한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상업용 건물이나 가정 등 점차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기업이 혼자 해답을 내놓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길을 제시하되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함께 해답을 찾아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이번 카본 블록 플랫폼을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5호 (2018.04.25~05.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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