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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돈키호테' 오만석 "일흔에도 무대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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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라만차'서 "꿈 포기 말라" 노래

연합뉴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자신이 기사라고 착각하는 노인 '돈키호테'를 연기 중인 오만석 [오디컴퍼니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몇 년 전에도 한 번 이 작품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제 그릇이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고사했었어요. 이번엔 잘 되든 안 되든 해보겠다고 덤볐어요."

지난 1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작가 '세르반테스'와 자신이 기사라고 착각하는 노인 '돈키호테'를 연기 중인 오만석(44)에게 이 작품은 "아껴두고 싶었던 무대"였다.

세르반테스 소설 '돈키호테'를 토대로 한 '맨 오브 라만차'는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꿈꾸는 백발 기사의 여정을 그린다. 늙고 병든 돈키호테는 "그 꿈 이룰 수 없어도/싸움 이길 수 없어도/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길은 험하고 험해도/정의를 위해 싸우리라/사랑을 믿고 따르리라/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힘껏 팔을 뻗으리라"라고 노래한다.

조승우, 정성화 등 국내 내로라하는 스타가 앞다퉈 이 작품을 본 뒤 자기 인생이 바뀌었노라고 평가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오만석도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관객들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힘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삶의 연륜이 묻어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한 다음에 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워낙 작품에 담긴 철학과 메시지가 깊잖아요. 미루고 미뤘지만 이번에는 도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는 기회가 안 올 수도 있으니까요.(웃음)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은 배우에게도 상당한 행복감을 안겨줘요."

관객뿐 아니라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그에게도 돈키호테 대사들은 가슴에 콕콕 박힌다.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란 대사를 연기할 때는 늘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굉장히 명확하지만 참 지키기 어려운 메시지죠. 저도 어느덧 40대가 됐고, 기성세대에 포함된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모르게 상처받기 싫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부딪히기 싫어서 하고 싶은 말을 삼키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역시 한 가지 꿈은 가슴에 품고 산다. "일흔이 돼도 무대 위에 건강하게 오르는 게 내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웃었지만 그는 여전히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을 오가는 전천후 배우로 활약 중이다.

그는 1999년 연극 '파우스트'로 데뷔해 2000년 첫 주연작인 연극 '이(爾)'에서 '공길'역으로 공연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와 '헤드윅', 영화 '라이어' 등 뮤지컬과 영화로도 보폭을 넓힌 그는 윤은혜와 함께 주연을 맡은 KBS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이영자와 tvN '현장토크쇼 택시' 공동 MC를 맡아 입담을 과시했다.

"공연은 관객들과 같이 울고 웃는다는 매력이 있어요. 잘했든 못했든 그 시간 그 공간 관객들과만 공유하고 사라진다는 특징도 매력이고요. 영화나 드라마는 기록으로 남으니 객관적으로 제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재미가 있어요. 무대와 방송,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 활동하는 게 지치지 않고 즐거운 것 같아요."

오는 25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살인소설'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장르에서 러브콜이 이어지지만 그는 늘 연기에 목마르다.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좋은 연기를 하는 게 삶에서 훨씬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 그다.

"기본적으로 연기에 100점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출연한 작품들을 볼 때마다 이 부분에서는 더 살렸으면, 저 부분에서는 조금 덜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곤 해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한 번도 'A+'를 준 적이 없어요. 'A0'가 제가 주는 최고 점수죠.(웃음) '다 됐구나'라면서 스스로 독에 안 빠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공연은 오는 6월 3일까지 이어진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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