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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단 한 걸음도 멈추면 안돼” 한진일가 수상한 ‘VIP 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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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A1~A3 3등급으로 분류

A3 VIP 수화물 무검색 통과 특혜

“조양호 회장 일가는 그보다도 위”

VIP 의전팀, 밀반입 루트로 지목돼
한국일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혐의 등을 조사 중인 세관 당국이 23일 인천본부세관 소속 조사관 20여명을 보내 서울 강서구 방화동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와 서울 소공동 한진관광 사무실,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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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고가의 명품 등을 들여오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른바 ‘관세 포탈’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들의 ‘밀반입 루트’로 항공사 소속의 수하물관리팀과 일명 ‘마스(MASㆍMeet & Assistance)팀’으로 불리는 ‘귀빈(VIP) 의전팀’이 지목되고 있다.

공항에 상주하는 이들은 전용통로를 이용해 세관과 출입국장을 드나들면서도 밀반입 검사는 거의 받지 않는 걸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행을 악용해 이들은 소속사 총수 일가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 회장 일가 등 최상위 VIP로 분류된 인사와 그들의 짐이 아무런 검색도 받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항공사에 제공된 편의가 ‘조직적 특혜’로 변질되면서 국가 관세망이 뻥 뚫린 셈이다.

22일 항공사 전ㆍ현직 관계자 등에 따르면 VIP에 대한 항공사들의 특혜는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전 과정에서 지원된다. 국내 항공사 근무 경험이 있는 A관세사는 “20년 넘게 인천공항에서 일하면서 대한항공 일가뿐 아니라 웬만한 기업인들이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명품을 산 뒤 공항 상주직원 도움을 받아 세관을 거치지 않고 들여왔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는 얘기다. 상주직원 통로는 항공사ㆍ공항공사 소속으로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업무 목적으로 세관이나 출국장을 드나들 때 이용한다. 사전에 공항공사로부터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하며 등급에 따라 이용가능한 범위가 다르다. 업무 편의상 제공되는 공간이어서 세관 요원은 없고 총기나 마약류 등 위험물품에 대한 보안 검색만 거치는 게 보통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도 “대기업 회장 등 특급 VIP는 대부분 1등석(퍼스트클래스)을 이용하고 내리는 순간부터 항공사 마스팀이 달라붙어 모든 절차를 대신해준다”며 “이들이 소지한 짐도 마스팀이 가져 나오는데 세관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대한항공 전현직 관계자의 말은 더욱 구체적이다. 한 전직 직원은 “특급 VIP가 타면 마스팀은 VIP를 수행하고, 그들의 수하물은 항공사 직원들이 챙겨 나와 마스팀이나 관계자들에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탑승객을 A1~3로 분류하는데, A1은 일반승객, A2는 국회의원 및 장차관, A3는 3부 요인 및 재계 회장급과 그 가족에 해당한다. 그는 “A3에 속하는 VIP의 경우 출국 땐 차에서 내려 비행기 좌석까지, 입국 땐 비행기에서 내려 차에 탈 때까지 단 한 번도 걸음을 멈추지 않도록 의전해야 하는 인물들”이라며 “조양호 회장 일가는 그보다도 위”라고 말했다. 이들이 기내에 반입한 수하물은 관세청의 선별검사에서 제외되는 게 관례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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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화물칸에 실리는 위탁수하물이나 항공사 국내외 지점 간 주고받는 수출입화물도 조직적으로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는 구조다. 항공사 관계자는 “위탁수하물은 누구의 것인지 식별가능한 태그가 붙고 출국지에서 비행기가 뜨는 동시에 입국지 공항에 통지된다”며 “착륙 후 수하물관리팀이 퍼스트클래스 탑승객 물건부터 태그를 리더기로 일일이 분류해 승객들이 짐을 찾는 컨베이어벨트로 보내는데 A3 고객의 경우 컨베이어벨트로 나간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위탁수하물은 승객이 짐을 찾는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하기 전 모두 엑스레이 검사를 받게 되는데, 회장 일가의 짐은 이를 거치지 않고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조 회장 일가의 명품 등을 항공사 수출입화물과 섞었을 경우에도 이런 과정을 거쳐 국내로 유입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상주직원 통로에 세관 직원은 없지만 세관 업무를 대행하는 보안검색 직원이 하며 엑스레이 검사도 한다”며 “보안검색이 위험물품 적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곳을 ‘관세 포탈’ 구멍이라고 하는 건 상황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인천=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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