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남자축구 애정, 여자축구에도 나눠주세요"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女축구 2연속 월드컵행, 예선서 3골 터뜨린 이민아

"日여자축구는 매경기 수천명 몰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팬들의 관심"

한국 여자 축구는 지난 21일 폐막한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5위 결정전에서 필리핀을 5대0으로 완파하며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다. 가장 매서운 공격력을 과시한 선수가 이민아(27·고베 아이낙)다. 그는 이 대회에서 3골을 터뜨려 한국 여자 축구의 첫 2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이민아는 18일 귀국한 대표팀과 행동을 같이하지 않고 소속팀이 있는 일본으로 이동해 리그 출전을 준비 중이다. 22일 전화 통화에서 이민아는 "일본은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다"며 "매 경기 수천 명의 관중이 몰리는 게 너무 부럽다"고 했다.

조선일보

‘얼짱 축구 선수’로 이름을 알린 이민아는 여자 국가대표 선수 중 ‘축구 센스’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일본(고베 아이낙)에 진출한 이민아는 “요즘 애국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민아가 아시안컵 출전에 앞서 파주 NFC(축구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공을 얹은 채 날갯짓을 하는 포즈를 취한 모습. /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여자 축구는 '비인기'종목이다. 여자실업축구 WK리그가 23일 시작하지만 관심이 크지 않다. 반면 이민아는 팬클럽 회원만 1000명이 넘는 '스타'다. 실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 일본 팀으로 이적했지만, 그의 이름 앞엔 늘 '얼짱'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민아는 "축구선수가 외모로 관심 받는 게 부담스럽지만, 나를 보려고 축구장을 직접 찾아주시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뛰어노는 걸 좋아해 축구부 모집할 때 갔더니 걷지만 않으면 다 합격시켜줬어요. 어찌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네요." 그는 자기자랑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본 윤덕여 대표팀 감독의 평가는 달랐다. 윤 감독은 "민아는 체구가 작지만 영리한 플레이를 할 줄 안다"며 "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민아의 키는 158㎝로 단신에 속한다. 발 사이즈도 230㎜로 작다. 시중에 나오는 축구화가 맞는 게 없어 후원사에서 직접 제작해준다. 이민아는 작은 체격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빼놓지 않는다. 또 시간 날 때마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등 체구가 작은 스타들의 경기 영상을 수백 번 되돌려 본다.

이민아는 올 목표로 두 가지를 내세웠다. 소속팀 고베의 일본 리그 우승을 이끄는 것과 올 8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3위)을 넘어서는 것이다. "남자 축구는 잘 못하면 욕은 더 먹지만, 그렇다고 관심이 사라지진 않잖아요? 여자 축구가 관심을 얻기 위해선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하는 걸 대표 선수 모두 잘 알고 있어요."

이민아가 아시안컵 대회에 앞서 "나중에 여자 축구 발전에 기여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석남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