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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하루 피해 50억…남해 어민 울리는 ‘패류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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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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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흘러간 육상 영양염류에

유독플랑크톤 급증, 패류에 축적


남해안을 덮친 패류독소 공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준치 이상의 패류독소가 검출되는 해역이 자꾸만 늘어나고, 이에 따른 패류채취 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지역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기준치를 넘는 패류독소가 검출된 수산물도 9종으로 늘어났다. 패류독소가 기준치를 초과한 패류를 많이 먹으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남해안 39곳에서 기준치 초과

홍합·굴 등 수산물 9종서 검출

채취·출하 금지에 어민 피해 커

“예보시스템·피해구제” 목소리


해양수산부는 전국 해안의 패류독소를 조사한 결과, 기준치(0.8㎎/㎏)를 초과한 해역이 남해안에서 39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2일 조사 때는 40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패류독소가 검출됐으나, 18일 조사에서 1개 줄었다. 지난달 부산·경남지역 해안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패류독소는 전남지역 해역으로까지 퍼져 있는 상태다.

정부는 패류독소가 기준치를 초과한 해역에서의 패류채취를 금지하고, 유통단계에 있는 패류에 대한 수거 및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기준치를 초과한 패류독소가 검출된 수산물은 홍합, 굴, 바지락, 미더덕, 개조개, 키조개, 가리비, 피조개, 멍게 등 9종에 이른다. 지금까지 패류독소가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에서 시중에 유통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홍합, 피조개, 가리비 등 3가지다. 나머지는 유통 과정에서 검출된 적은 없다.

당국의 조치로 패류채취가 금지된 해역은 부산의 경우 사하구 감천 및 가덕도 천성 연안, 경남의 경우 거제시 사등리~하청리~장목리~대곡리 연안, 능포~장승포~지세포 연안, 어구리 연안, 창원시 진해구 명동~마산합포구 구복리~송도 연안 등이다. 또 경남 고성군 외산리~내산리~당동 연안, 두포리(포교)~동화리 연안, 통영시 산양읍 오비도와 학림도~신전리 및 지도, 원문, 수도 연안, 사량도(상도)~진촌~수우도, 한산면 창좌리 및 추봉리(외곽) 연안, 남해군 장포∼미조 연안 등도 패류채취가 금지되고 있다.

전남에서는 여수시 돌산 평사리~율림리, 세포리 및 금봉리 연안의 패류채취가 금지됐다.

어민들이 애써 키운 패류의 채취 및 출하가 금지되면서 어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패류의 채취가 중단되면서 상당수 가공·포장업소들도 휴업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피해액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통영에서는 하루 피해액이 5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수산업경영인 통영시연합회 회원들은 지난 16일 통영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국의 대응을 촉구했다. 통영시연합회 김태형 회장은 “패류독소 발생으로 어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패류독소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패류독소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 패류독소 발생 가능성 등을 미리 파악해 알려줄 수 있는 예보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 대해 특별 영어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피해구제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통영시연합회 유철환 사무국장은 “현재 패류독소가 갑자기 넓은 지역에서 발생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당국은 마땅한 예방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패류독소 확산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적조의 경우 자연재해로 규정해 피해 발생 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패류독소도 적조와 같은 자연재해라는 측면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어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검토 결과에 따라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지난 2월까지 가뭄이 지속되다가 3월 들어 비가 많이 내리면서 육상의 영양염류가 대거 바다로 쓸려내려갔고, 이때 패류독성을 일으키는 유독플랑크톤이 갑자기 증식한 것이 패류독소 증가의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수부는 6월까지는 패류독소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패류독소는 패류 등이 매년 봄철에 대량 번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을 섭취한 이후 독성성분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패류독소가 많이 함유돼 있는 패류를 먹는 경우 식중독이나 근육마비·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유통 과정에서 기준치를 2배 가까이 초과한 1.44㎎/㎏의 패류독소가 검출된 홍합을 200개 정도 먹는 경우 사람이 숨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준치 수준의 홍합은 300개 정도 먹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만 2001년 이후 패류독소에 의한 식중독 사고나 사망 등의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고 해수부는 밝혔다. 조심만 한다면 패류독소 중독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수부는 패류독소가 소멸할 때까지 패류 등의 섭취에 각별히 주의하고 낚시객은 해안가에서 직접 채취해 섭취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식약처 홈페이지, 식품안전나라 수산물안전정보, 국립수산과학원 예보·속보 등을 통해 해역별 패류독소 발생 현황과 품종별 검사 결과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패류독소

유독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조개류의 체내에 축적된 독소로 사람이 섭취할 경우 식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패류를 가열, 조리, 냉장, 냉동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수온 상승이 시작되는 3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해수 온도가 15~17도일 때 최고치를 나타내다 18도 이상으로 상승하는 6월 중순경부터 소멸한다. 검출기준치는 0.8㎎/㎏.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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