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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무엇이 박원순, 이재명 압승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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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원순·이재명, 압도적 지지로 본선 직행

‘드루킹 사건’으로 여권 위기감 고조된 듯

두 후보, 안정감 강조하며 ‘대세론’ 강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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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출마선언 뒤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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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지난 20일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여기엔 높은 인지도와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최근 안희정, 김기식, 드루킹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된 것도 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위기가 닥치자 여권 지지자들이 본선 승리가 가장 확실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66.26%를 얻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19.59%)과 같은 당 우상호 의원(14.14%)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당내 후보로 확정됐다. 애초부터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선 박 시장이 우세했지만, 1차 투표에선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박영선, 우상호 두 의원은 경선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둘 중 어느 한쪽이 결선에 오르더라도 정책연대를 통해 서로를 지지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7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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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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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59.96%의 지지를 얻어, ‘친문’(친 문재인) 핵심 가운데 한 명으로 당안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전해철 의원(36.80%)을 크게 앞질렀다.

박 시장과 이 전 시장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행정가로서의 경험과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는 모두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인물들로, 그동안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줄곧 우위를 점해왔다. 박 시장에 대해선 ‘3선 피로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경선 결과에서 그런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시성 토건 사업’보다 도시재생에 집중하고 장애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며 서울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평가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시장의 경우도 무상급식, 무상교복, 청년 배당 등 혁신적 정책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연일 악재에 시달리는 여당 내부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초대형 악재가 연일 터지면서 여권 지방선거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당심과 여권을 지지하는 민심이 본선 승리가 가장 확실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투표 성향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도 “지금까지 서울과 경기의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후보 가운데 누가 나오더라도 야권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선두를 달려온 박 시장과 이 전 시장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드루킹 등 최근의 여권발 초대형 악재에 따른 영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1당 사수론’에 대한 당내 공감이 이들 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영선, 우상호 의원과 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전해철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이다.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후보로 확정된 양승조(충남), 박남춘(인천), 김경수(경남) 의원과 함께 이들이 두 지역에서 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 의석수가 현재 121석에서 자유한국당과 같은 116곳으로 줄어 원내 1당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경선 토론 등에서 전해철 의원을 겨냥해 “한국당이 국회 원내 1당이 되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전 의원이 국회를 지켜야 한다”며 ‘원내 1당 사수’를 강조했다.

박원순, 이재명 후보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안정감을 강조하며 본선 ‘1위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교수는 “여권에 여러 악재가 겹쳐있지만, 현재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박원순, 이재명 후보의 독주를 야권 후보가 역전시키기는 역부족”이라며 “오히려 지금의 악재가 역으로 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현재 여론조사는 보수를 지지하지만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 이른바 ‘샤이 보수층’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이들 보수층이 본선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기도에서 이재명 후보와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격차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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