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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항공사진으로 구글맵 뺨치는 도로지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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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6월 '로드트레이서' 공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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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으로 촬영한 항공사진만으로 정교하게 구글맵 같은 도로 지도를 제작해주는 인공지능(AI)이 나왔다. 보다 비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밀한 로드맵 제작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무인차 시장에도 청신호다. 차세대 이동수단인 무인차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스트럭처가 큰길은 물론 샛길, 외진 골목 구석까지 보여주는 정교한 지도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공학 및 AI 연구소는 오는 6월 열리는 '컴퓨터비전과 패턴인식 콘퍼런스'에서 새로 개발한 지도 제작 AI '로드트레이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도 항공사진만으로 지도를 제작해주는 자동화 시스템이 있지만 항공사진을 지도로 변환했을 때 실제 도로 모습과 차이가 많이 나 사람이 오류를 일일이 수정한 뒤에야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연구진에 따르면 로드트레이서는 상공에서 찍은 이미지만으로도 도면 위 도로 정보를 훨씬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북미와 유럽 6개국 25개 도시의 항공사진을 로드트레이서에 학습시킨 뒤 다른 15개 도시 지도 제작에 들어갔다. AI가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도시의 항공사진을 제시한 후 지도를 그리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 예로 뉴욕시 전경을 하늘에서 촬영한 뒤 '로드트레이서'에 지도로 변환하라고 했더니 지도상에 나타난 도로 교차점의 44%가 실제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19% 일치했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정교해진 것이다.

기존 자동화 시스템은 오류 발생이 잦았다. 이미지 픽셀 하나하나를 '도로'와 '도로가 아닌 것'으로 분류하도록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나무가 시야를 가리거나 건물, 그림자 등으로 인해 도로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할 경우 종종 부정확한 결과를 내놨다. 단지 가까이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로'로 분류된 서로 다른 픽셀들을 단순 연결한다는 문제도 있었고 각각의 픽셀이 잘못 분류되기 시작하면 최종 지도에서는 오류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반면 로드트레이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개별 픽셀을 따로따로 분류하는 대신 이미 도로인 게 확실한 점에서 출발해 도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추적한다. 신경망을 이용해 주위를 탐색한 뒤 길이 뻗어 갈 확률이 가장 높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지도가 완성되는데 단계적인 접근법을 사용해 오류 교정도 더 쉽다. 잘못된 지점만 바로잡은 뒤 그 지점부터 다시 알고리즘을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페이븐 바스타니 MIT 박사는 "수많은 픽셀이 도로인지 아닌지를 수천 번에 걸쳐 결정하는 대신 특정 지점에서 길을 찾아가는 결정으로 문제를 단순화했다"며 "이는 사람이 공간을 지각하는 과정과 더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AI를 기반으로 하는 로드트레이서 등장으로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지도 제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에는 오류를 수정하는 후속 작업에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려 지도를 제작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AI가 오류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전 세계의 3600만㎞ 넘는 도로들을 지도 위에 나타내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모하메드 알리자데 MIT 교수는 "도로 건설이 활발하다든지, 유동 인구가 너무 적다든지 지도상에 변동이 생겨 업데이트가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태국 시골 같은 경우 지도상에 도로가 많이 누락돼 있는데 이를 정확하게 만드는 작업을 도와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뿐만 아니라 오류를 수정할 만한 충분한 비용이나 인적 자원이 없는 소규모 기업도 지도 제작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효율적인 지도 제작이 중요한 것은 정밀 지도가 무인차와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최현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테슬라와 우버 자율주행차가 낸 사망 사고를 보면 모두 장애물이 시야를 가리는 '센서 오작동' 때문에 발생했다"며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가 완성되면 센서 오류가 일어나더라도 어디서 좌회전할지, 다음 차선 변경은 어딘지 등 도로나 위험시설 유무 등을 사전에 알려주기 때문에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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