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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화학무기금지기구 두마 진입…‘시리아의 진실’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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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조사팀, 두마 방문

서방, ‘현장의 증거 이미 훼손됐을 것’ 우려

일부 전문가 “화학무기 사용됐다면 흔적 남았을 것”

러시아, 서방이 일부러 현장 조사 늦췄다고 비난



시리아에서 미국 등의 공습까지 야기한 화학무기 사용 논란을 놓고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현장 조사가 시작됐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21일 이 기구가 관할하는 국제 화학무기 전문가 팀이 지난 7일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보도된 두 장소 중 하나인 다마스쿠스 인근 두마를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팀은 두마에서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샘플을 수거했다.

수거된 샘플들은 네덜란드 헤이그 인근의 레이스베이크에 있는 이 기구의 연구실로 보내진다.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된 다른 정보 및 ‘물질’들도 수거됐다고 이 기구는 밝혔다. 조사팀은 당일 다마스쿠스로 귀환했다.

화학무기금지기구는 이번 조사팀의 임무는 현장에서 수거한 샘플 등에 의거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팀이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 유무를 가릴 국제적 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혐의가 제기된 이후 화학무기금지기구의 현장 사찰을 허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화학무기금지기구가 아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해서 구성하는 공동 사찰단에 의한 현장조사를 주장해왔다.

9명으로 이뤄진 조사팀은 지난 15일 다마스쿠스에 도착해, 지난 17일 두마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화학무기 사용 혐의를 받는 정부군 시설에 대한 서방의 지난 13일 공습의 여파로 미뤄졌다. 서방 관리들은 조사팀이 현장을 뒤늦게 방문해 화학무기 사용 증거들이 이미 훼손됐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성 화학물질의 흔적들은 희생자의 주검이나 피습 지역 주변에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국 리즈대의 환경독성학 교수인 앨러스테어 헤이는 <아에프페>(AFP) 통신에서 “사린 같은 신경물질은 사용 뒤 몇주까지 주변에 존재할 수 있고, 화학무기가 폭발한 근처에서는 특히 그렇다”며 “주검이 있다면 귀중한 증거를 제공할 것이고, 신경가스는 장기의 많은 부분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 쪽은 조사를 해보면 의혹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사팀의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화학무기금지기구가 화학무기로 공격받았다는 지역의 사찰을 너무 오래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화학무기금지기구의 조사팀이 방문을 늦춘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서방 쪽이 화학무기금지기구 조사팀의 뒤늦은 방문을 이유로, 화학무기 사용 증거가 지워졌거나 훼손됐다는 주장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두마에서는 지난 7일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공격으로 40여명이 숨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공개된 정보와 자신들의 첩보에 근거해서, 두마 등에서 염소 및 신경가스가 사용됐다고 확신한다고 밝히고 있다.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지난 7일 당일 두마는 ‘자이시 알이슬람’이라는 반군 세력의 통제하에 있었다. 미국 등 3개국은 이런 판단을 이유로 지난 14일 시리아의 군·연구시설 3곳에 105기의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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