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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미쉐린 3스타 여행지, 전북 고창으로 떠난 봄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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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고창엔 선운사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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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선운사를 품은 고창은 아무래도 ‘고색창연’에서 나온 이름이래도 믿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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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 분위기가 풀풀 나는 고창 상하농원에선 얼룩소를 만날 수 있다.



[고창=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미쉐린 별 세개’란 푯말을 보면, 맛에 대한 우려는 사라진다. 다만 비용에 대해선 조금 불안하다. 그것은 식당 얘기고, 여행지에 대해선 내용이 달라진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여행지에 대해 별을 자그마치 셋이나 매긴 여행지가 있는데, 그곳은 바로 전북 고창에 있다.(미쉐린 가이드에는 그린과 레드, 2종류가 있는데 그린가이드는 여행지에 대한 평가서다.)

전라북도 서해안 최남단 고창군은 지난 2011년 세계적 고인돌 유적(박물관)으로 미쉐린으로부터 별을 세개나 받아냈다. 어찌 알고 찾아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평가자들의 식견은 꽤 높아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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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선운사 동백을 노래했다.



사철 멋진 곳이지만 봄철 여행지로 제격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란 청보리밭과 선운사 동백의 붉은 자욱이 아직 또렷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봄은 언제 떠날 지 몰라 지체할 것없이 서해안 고속도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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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 째 뚝뚝 떨어져 눈물짓게 만드는 애틋한 동백꽃.



#동백=남쪽 지방에 많은 토종 동백은 양동백(Camellia)과 꽃송이 자체가 다른 생김이다. 꽃잎 한장 씩 튿어져 흩날리는 벚꽃이나 목련과는 달리, 활짝 개화한 후 꽃송이 째 툭 떨어진다. 그래서 동백은 그 무엇보다 화려한 붉은 색을 자랑하지만 애틋하고 슬픈 심상을 준다. 겨울에 핀대서 동백(冬柏)이지만 선운사의 것은 4월 중순이나 돼야 핀다. 특별히 춘백(春柏)이라 한다. 충매화지만 벌과 나비가 없을 때 꽃을 틔우니 동박새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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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뒷뜰 동백은 절집 분위기와 절묘하게도 맞아떨어진다.



시인 최영미는, 가인(歌人) 송창식은 선운사 동백을 노래했다. 시구처럼 노랫말처럼 지는 것은 잠깐, 이미 눈물처럼 뚝뚝 떨어져 슬픈 핏자국을 남기고 동백은 사라졌다. 하지만 붉은 자취는 천년고찰 뒤뜰 산그늘에 선명히 또 한 해의 봄을 아로새기고 있다.

도솔암 마애불 아래 동박새가 날아들며 동백의 수분(受粉)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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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도 이 꽃을 보면 너무 슬퍼 못떠실것이라는 그 꽃, 선운사 동백이다.



기세좋은 천마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도솔암에 올라 ‘호남의 내금강’ 선운산의 매력을 만끽했다. 봄 답지 않은 땡볕에 제법 땀이 배어났지만 시원한 산바람을 쐬기엔 더할 나위없다. 초파일을 한달 남짓 앞둔 절집에 아직 고운 연등은 없지만 조금씩 움이 터오는 이팝나무가 곱게 단장 중이며 연둣빛 이파리가 올라 고색창연한 늙은 절을 채색하고 있다. 고창의 봄은 만춘으로 달려가고 있다.

대웅보전부터 도솔암까지 한바퀴 돌아보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실개천에 앉아 봄 구경하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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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실투실한 고창 풍천장어. 청림 정금자 할매집.



#장어=원래 이름은 뱀장어지만 음식 이름에 쓰기 껄끄럽고, 갯장어, 붕장어 등 바닷장어와 구분해 따로 민물장어라 부른다. 그냥 강이나 하천에 사는 장어가 아니라 굉장히 놀라운 생물이다. 필리핀 연안 심해에서 부화해 유생 상태로 한반도 하천 상류까지 헤엄쳐서 오는 어마어마한 스태미너를 자랑한다.(북미의 뱀장어는 플로리다 인근 바다에서 영국과 지중해 연안까지 이동한다). 산란하기 위해 다시 그 먼 거리를 이동해서, 한번에 1000만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크게는 1.5m까지 자란다니 실제 본다면 ‘아나콘다’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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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올라 그대로 구워 먹으면 혀에서 슬슬 녹아난다.



“풍천장어를 먹어야 할텐데…” 무심코 튀어나온 혼잣말에 지레 놀라 입을 다물었다. 절집 일주문을 나서자마자 육식 타령이라니, 게다가 장어는 그냥 고기의 이미지가 아니다. 그 효능을 연상하자면 뭔가 더욱 불경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창에 와서 풍천장어를 먹지 않는다면 그 무슨 헛고생이란 말인가. 미쉐린 암행평가자들도 분명히 장어구이를 먹었을 것이다. 그것도 복분자 술과 함께. 그랬으니 별을 세개나 줬겠지. 암.

선운사 주변에는 풍천장어집이 많다. 워낙 유명한 명찰(名刹)이다 보니 관광객이 몰려들어, 이곳저곳에 그들을 위한 장어집 간판을 내걸었다.

풍천장어하면 고창을 연상하는 까닭에 풍천(風川)이란 지명이 이 어디쯤 있는 줄 아는데, 사실 풍천은 만조 때 바닷물이 역류해 들어와 하천을 거스르는 곳을 말한다. 이때 바닷바람이 골을 타고 불어 드는데 여기서 잡히는 장어가 투실투실하고 맛이 좋다고 한다.

요즘 실뱀장어 씨가 말라 장어가 귀하단다. 실뱀장어를 개펄에 길러 제법 살이 오르면 펄펄 뛰는 놈의 배를 갈라 석쇠에 굽는다. 제 기름에 살이 절절 끓어 스스로 튀겨지듯 구이가 완성되면 그 보드라운 살을 베어물면 그만이다. 새콤달콤한 복분자 소스를 발라 구우면 아이들도 좋아한다. 값비싼 장어맛을 너무 일찍 알면 인생이 힘들어질테니 우선 몇 점만 먹여 맛만 봬는게 좋을 듯하다. 점점 귀해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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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농장에 서면 비로소 바람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보리밭=영어로 보리는 바를리(Barley). 얼핏 들어도 보리와 비슷하다. 늦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새파랗게 돋아나 만춘에 이삭이 팬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고 여름 이전에 수확해 쌀의 대용으로 쓰였던 보리는 인류가 최초로 재배한 작물 중 하나다. 서기 7000년 전에 이미 보리를 재배한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그 기원은 중동지역과 중국 남부, 티벳 등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병충해와 냉해에 강해 전국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그동안 푸른 색에 목 말랐다. 회색 겨울이 가고 연분홍 벚꽃과 샛노란 산수유의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색상을 맛보긴 했어도 눈알이 시릴 정도로 푸른 색은 언감생심이었다. 강변에 늘어진 수양버들이래도 고작 하늘하늘 연두색만 깃들지 않았던가.

“보리가 손을 흔들면 봄날은 간다”. 새파란 청보리가 그리워 학원농장을 찾았다. 고창 학원농장은 지금 청보리를 심었다. 여름에 해바라기를, 가을에 메밀을 볼 수 있다. S라인 오솔길과 원두막이 우뚝 서있는 농장이다. 온통 파란색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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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술 깨나 먹는 이들이 ‘보리밭에만 가도 취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말이 있는데, 보리밭에선 정말이지 색에 취한다.

한들한들 바람따라 흔들리는 보리밭은 참으로 정겨운 풍광을 자랑한다. “아! 저렇게 지나는구나.” 드넓은 보리밭을 한참 바라보면 비로소 바람이 보인다.

인스타그램에 올려 자랑하려면 느린 셔터, 아니 차라리 동영상으로 찍어야 한다.

청보리밭을 가봐야 청춘(靑春)이란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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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도사리 고인돌은 ‘탁자형’의 남방 한계로 분류된다.



#고인돌=언젠가부터 인류는 죽음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고인돌이다. 괸 돌이란 뜻인데 한자로는 지석묘(支石墓), 영어로 돌멘(Dolmen)인데 어째 우리말과 비슷하다. 세계적으로도 고인돌의 약 40%가 한반도에 집중되어 있으니 한국은 고인돌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서해안 강화군, 고창군, 화순군에서 많이 발견된다. 미쉐린이 주목한 것은(장어가 아니고) 바로 고인돌이었다. 큰 것은 수백 톤에 달하는 거석을 어떻게 자르고 운반했는지는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은 그 밀집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죽림리, 상갑리 일대에서만 무려 447기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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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고인돌 박물관.



탁자식, 기반식, 개석식 등 입석 형태도 다양해 학술적 가치도 높다. 대부분 바둑판 형태의 기반식(棋盤式)이지만 도산리 지동마을에선 북방형 탁자식 고인돌도 원형 그대로 모습으로 출토됐다. 판석을 받친 고임돌의 높이가 무려 1.6m에 달하는 청동기 거석문화의 표본이다. 동양최대 크기 운곡 고인돌도 고창에 있다. 람사르 협약에 따라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오베이골 운곡습지 데크길을 걷다보면 고인돌 유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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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최대크기를 자랑하는 고창 운곡리 고인돌



수많은 전화(戰禍)를 겪은 한반도 땅에서 고인돌이 훼손되지 않고 무려 3000년의 시간을 버텨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고창 고인돌박물관에선 고인돌의 가치와 의미, 역사, 거석문화 등에 대해 꼼꼼히 배울 수 있어 가족여행 코스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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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식물들이 살고있는 고창 상하농원.



#농장= 작물을 경작하고 가축을 키워 고기와 젖, 섬유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간으로, 외부로부터 독립된 주거와 생산이 이뤄지는 곳이다. 낙농과 목축을 주업으로 하는 서유럽에서 발달했다. 신대륙으로 이주한 유럽의 농민들은 직접 농장을 개간하고 주거와 생활의 터전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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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상하농원은 데이트 코스나 가족여행지로도 좋다.



우리나라에선 익숙한 듯 낯선 단어가 목장이다. 양떼가 뛰어노는 푸른 초원 목장길을 걸으며 산책한다는 것은 왠지 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고창에는 목장이 있다. 농촌 체험까지 가능한 상하농원이다.
약 10만㎡의 상하농원은 ‘짓다-놀다-먹다’를 내걸고 자연 속에서 농부의 정성이 담긴 건강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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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농원에 살고있는 양들.



새파란 풀이 올라오고 있는 봄날의 상하농원에는 젖소, 나귀, 양, 돼지, 토끼, 산양, 염소 등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다. 건초나 젖병으로 먹이주기 체험을 통해 동물들과 친해질 수 있다. 작은 동물원이며 식물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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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물원 역할을 하는고창 상하농원.



푸른 초원과 어우러진 유럽식 벽돌건물과 근사한 카페 가운데 텃밭과 목장이 있어 유럽의 목가적 분위기가 제법 난다.
양장 케이싱에 다진 고기를 채워넣고 소시지를 만들어 보고 빵과 쿠키를 굽는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어 어린 자녀가 있으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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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초원을 닮은 고창 상하농원에 봄이왔다.



상하농원은 6월 24일까지 복분자, 딸기,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 신선한 제철 베리류를 즐길 수 있는 ‘상하 베리마을 축제’를 펼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대상으로 청정 자연 속 유익하고 다양한 체험거리를 통해 다양한 베리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demory@sportsseoul.com

여행수첩
●둘러볼만한 곳=도산리 고창고인돌박물관은 기원전 8세기 이전부터 축조된 고인돌과 선사시대 생활에 대해 디오라마와 영상자료 등으로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갖춰놓았다. 월요일 휴관.(063)560-25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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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풍천장어 즙으로 끓여낸 들깨수제비.



●여행맛집=선운사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청림 정금자 할매집. 2대를 이어온 고창 토박이집으로 가두리로 키워낸 고창 풍천장어를 성어 상태로 따로 연못에 풀어놓고 파는 집이다. 서식환경을 자연상태와 가깝게 하면 육질이 더욱 쫄깃해진다.
배를 갈라 양면을 그대로 구워낸 소금구이도 맛있고, 복분자 양념 소스 구이도 새콤달콤해 여성과 아이들한테 인기가 좋다. 소금구이, 된장구이, 고추장구이, 복분자구이 각 2만9900원(1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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