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거리로 뛰쳐나온 개미들…공매도 손질 이끌어내나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규모 `삼성증권 규탄 촛불집회`서 영업정지 촉구

공매도 세력과 오랜 투쟁…"공매도 자체를 폐지해야"

주총서도 목소리 커져…주총 파행에 경영진 고소까지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개인투자자(개미)들이 뿔났다. 유령주식 사태에 분노한 개미들이 청와대에 삼성증권 제재와 공매도 금지를 위한 국민청원을 넣은 데 이어 거리로 나와 촛불까지 들었다. 셀트리온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유도하는 등 주요 이슈 때마다 시장을 움직여온 개미들이 이번에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지 주목된다.

◇촛불 들고 행동나선 개미들

지난 20~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삼성증권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한 개미들은 한 목소리로 “삼성증권은 스스로 영업정지를 선언하고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세력을 처단하라”고 부르짖었다. 희망나눔 주주연대가 주최한 이번 집회에는 이틀간 2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주최측은 추산했다. 개미들이 청와대 청원을 넘어 직접 행동으로 나서며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 참여인원은 어느새 23만명을 넘어섰다.

집회 참가자들은 규탄사와 결의문을 낭독하고 금감원 민원실에 삼성증권 고발 촉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삼성증권에 대한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엄중한 조사를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개인투자자 A씨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바로 삼성증권을 압수수색해 문제가 발생한 원인과 과정, 결과를 명확히 밝혀냈어야 한다”며 “삼성증권에 대한 조사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개인투자자 B씨는 “공매도를 통해 수수료가 발생하는 증권사나 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들은 공매도를 절대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가가 떨어져야 이득을 보는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불법 세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법 공매도 세력을 원천 차단하지 못할 바에야 공매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매도 세력과 싸워온 셀트리온 주주들…코스피 이전상장

이번 집회의 주축이 된 개미들은 셀트리온(068270) 주주들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공매도 세력과 싸워왔다. 지난 2013년 4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불법적인 공매도 세력이 각종 루머를 퍼트리고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데도 감독 당국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보유 지분을 모두 다국적 기업에 매각하겠다”고 폭탄선언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서 회장의 폭탄선언에 동조했고 공매도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서 회장에 열성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소액주주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이끌어 냈다. 임시주총 당시 지방서 버스까지 대절해 상경하기도 한 개미들은 결국 이전 상장을 성공시켰다.

공매도 세력을 피하기 위해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갔으나 이전 상장후 셀트리온의 공매도는 오히려 더 늘었다.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지난 2월 9일 이후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세 배가량 급증했으며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기 전날인 지난달 8일에는 사상 최대 공매도 폭탄을 맞기도 했다. 이에 분노한 셀트리온 주주들의 공매도 적법성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 빗발쳤고 이번 삼성증권 사태가 도화선이 돼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주총서도 목소리 커져…회사와의 갈등 확산에 악영향 우려도

공매도 폐지 뿐 아니라 주주총회에서도 개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된 이후 개미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일부 상장사 주주총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소액주주 반대에 부딪혀온 아트라스BX(023890)는 지난달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소액주주 측은 대주주에 대항해 의안마다 주주제안을 제출하고 감사 선임을 반대했다. 알보젠코리아(002250)는 소액주주 반대로 주총이 무산됐고 한국코퍼레이션(050540)은 의결권 수를 두고 소액주주와 대립하다 주총이 이달로 연기됐다. 섀도보팅 폐지로 주총 파행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소액주주가 귀한 대접을 받게 됐고 소액주주들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경영진 고소로까지 이어지면서 법정 분쟁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와 주주간의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소모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기업가치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 보면 감사 선임을 하지 못하는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감사가 선임될 때까지 주기적으로 계속 임시 주총을 열어야 한다. 그만큼 회사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부 잡음에 휘둘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에 집단 행동을 보이는 소액주주도 조건 없는 반대가 아니라 기업의 발전을 위한 상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