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과학TALK] ‘편리함’에서 ‘천덕꾸러기’로...플라스틱의 역습, 효소가 해결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벌어진 중국발 재활용 폐기물 수거 대란이 생기자 재활용 폐기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플라스틱 소재 페트병 등이 단번에 골칫거리가 됐다. 한국은 세계에서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가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도 됐다.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국가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한국이 98.2kg으로 미국(97.7kg)을 제치고 1위다.

올해 3월에는 페트병에 든 생수나 음료에서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플라스틱 소재 페트병에 든 물조차 안심하고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가볍고 가공이 쉬운 데다 휴대도 간편한 플라스틱 용기가 천덕꾸러기 신세에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지난 17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찾아내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성과를 보도해 효소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페트병 담긴 생수에 미세플라스틱?...세계보건기구 조사 착수

조선비즈

페트병 쓰레기. /조선DB



지난 3월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 에비앙 등 페트병에 든 생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에비앙은 생수 중에서도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페트병에 든 생수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미국 연구진이 분석한 생수는 11개 브랜드의 259개 생수 제품이었다. 조사 대상 생수 중에서 미세한 플라스틱이 발견된 생수만 93%에 달한다.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주로 페트병에 쓰이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생수나 음료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연구결과였다.

생수나 음료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갑론을박’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로 들어갔을 때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성이 있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인체 내 면역시스템이나 생식 능력, 신진대사 등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구를 수행한 셰리 메이슨 뉴욕주립대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크게 충격받을 필요는 없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와 연구가 미비한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분해하는 효소 발견

페트병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수거 대란이 일어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해양이나 자연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양만 매년 수백~수천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은 분해되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린다. 토양이나 강, 호수, 바다 등 자연에서 분해된 플라스틱 성분은 언제, 어떻게 인체 내로 흡수될지 모른다.

조선비즈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위키미디어 제공.



17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이 집중됐다. 영국 포츠머스대 존 맥기헌 교수 연구팀은 페트(PET)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구조를 알아내고 페트 분해 능력을 끌어올린 새로운 효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먹는 효소(enzyme that eats plastic bottles)’라는 이름으로 외신에 보도된 이 효소는 2016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해안에 쌓인 플라스틱병을 분석한 과학자들이 찾아냈지만 내부 구조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원리는 규명되지 않았다. 맥기헌 교수 연구진은 이 효소에 X선을 쪼인 뒤 분석을 통해 이 효소가 미생물이 식물을 분해할 때 쓰는 효소와 구조가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효소가 페트를 더 빠르게 분해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 효소로 분해된 플라스틱 물질은 고스란히 재활용에 활용할 수 있어 분해 속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면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맥기헌 교수는 “페트병의 경우 재활용률이 세계적으로 10%대에 그친다”며 “현재 속도보다 100배 정도 분해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