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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관세청·경찰 쌍끌이 수사 …대한항공 총수 일가 불법행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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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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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노동자·거래처 직원들에 대한 폭력과 관세포탈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경찰이 ‘물벼락 폭행’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관세청도 조양호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관세포탈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최근 카카오톡에 조 회장 일가의 불법행위를 제보하는 단체채팅방을 만들었다.

21일 관세청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조양호·이명희 부부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평창동 자택과 대항항공 사장·부사장인 조원태·현아 남매의 자택 3곳과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인천세관 조사국 소속 조사관 30여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압수수색 대상이 된 4곳에 관세포탈 혐의와 관련있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구체적인 압수품의 내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컴퓨터 하드디스트 내에 담긴 대한항공 내의 내부거래 파일과 조씨 일가의 해외 신용카드·수입실적 내역에 담긴 물품들일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최근 며칠동안 사실관게 확인 차원이라며 조 회장 일가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해왔다. 이날의 압수수색으로 관세청의 내사는 정식 조사로 전환됐다.

관세청은 대한항공의 항공기 부품 세관 신고 및 통관 품목 리스트도 전수 조사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해외에서 명품이나 가구 등을 산 뒤 대한항공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해 들여온 게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항공사가 항공기 부품이라며 관세 당국에 신고할 경우 외국에서 들어오더라도 관세법상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대한항공 내부 품목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물품에 대한 화물운송료를 물지 않는다.

조 회장 일가가 해외에서 고가의 가구와 의류, 인테리어 수품, 식품 등을 구매해 현지 대한항공 지점에 맡기면 항공사는 항공기 부품 등 내부 거래품목인 것처럼 위장해 들여오거나 공항에 상주하는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대신 수하물을 찾는 방식으로 상습적으로 관세를 포탈했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또 총수 일가가 구입한 물품은 ‘KIP(Korean air VIP)’라는 코드로 분류돼 수시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한항공 내 수하물 밀반입 전담팀까지 두고 이 같은 행위가 지속돼 왔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관세청의 이번 압수수색으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앞서 사실관게 확인을 위해 제보자들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조현아의 ‘땅콩회항’ 사실을 폭로한)박창진 사무장이 불이익을 받는 모습을 목격해온 제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조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관세청은 전격 압수수색으로 조 회장 일가의 허를 찔렀다.

검사 출신인 김영문 관세청장이 수사지휘력을 발휘한 것이란 대한 기대도 모아지고 있다. 김 청장은 검찰 재직 당시 대구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 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을 지내면서 밀수와 관련된 업무를 다수 처리한 경험이 있다.

경찰은 앞서 19일 조 전무의 거래처 직원에 대한 물벼락 폭행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대한한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17일 조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정지를 신청한 데 이어 18일 사건이 벌어진 서울 마포구의 한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회의 참석자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 등을 확보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최근 카카오톡에는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오픈 채팅방이 개설해 6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팅방 참가자들은 총수 일가와 관련한 폭언 녹취 파일, 갑질·폭력·부당한 업무지시, 강등·퇴사 등 부당 인사, 세관 통과, 탈세, 비자금,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비위 등을 최우선 제보받고 있다. 채팅방 운영자들은 이 중 신빙성이 뛰어나고 의미있는 내용들은 보안성이 더 뛰어난 메신저로 평가받는 텔레그램을 통해 모아 언론과 수사당국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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