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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핵잼 사이언스] AI가 사고 치면, AI가 법적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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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국을 찾은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로봇도 법적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언’해 화제를 모은 가운데 실제로 로봇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유럽의회의 움직임에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신문

유럽의회가 AI 로봇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선포하자, 일부 전문가들이 반발을 쏟아냈다출처 123r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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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유럽의회는 AI 로봇이 스스로 배우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넘어, 이러한 수준이 인간을 뛰어넘는 단계까지 발전한다면 로봇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에서는 AI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정의하며, 만약 로봇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개인 자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책임을 법적 지위를 가진 로봇에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반발이 쏟아졌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AI 로봇 전문가를 포함한 법학·윤리 전문가 162명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로봇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AI 로봇 제조사들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게끔 돕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쟁은 이미 시판을 코앞에 두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무인자동차)에도 해당된다. 무인자동차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의 책임이 무인자동차 소유주에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한 자동차 업체에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시스템에 책임을 전가할지 등을 판단해야 하는데, 관련 규정을 명확하게 내세운 국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달 AI가 탑재된 미국 우버의 자율주행차량이 4차선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미국 테슬라의 운전자가 자율주행모드에서 다른 트럭과 부딪쳐 사망한 사고가 있긴 하지만, 길 위의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한 사고는 처음이었다.

이번에 공개서한을 보낸 전문가들은 AI 로봇이 AI를 탑재한 자율주행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듯 보인다. 유럽의회와 로봇 제조업체 등은 로봇에 인격을 부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메디 델보 유럽의회 조사위원은 “유럽연합은 AI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탄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로봇의 인격부여를 반대하는 공개서한에는 “유럽의회의 이번 결의안은 로봇 제조업체들이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미국매체 폴리티코는 “로봇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만큼 이러한 논쟁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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