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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물탱크 질식사' 밀폐공간서 안전장비 없이 작업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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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물 발효 탱크서 사고…"기온 오르며 유해가스 발생 가능성"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지난 20일 청주의 한 축사에서 사료용 물탱크 청소를 하던 20대 2명이 질식사한 사고는 안전불감증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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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38분께 청원구 북이면 축사에서 물탱크 청소 작업을 하던 직원 A(29)씨와 B(26)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을 업주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업주 C(35)씨는 플라스틱재질의 물탱크 측면을 잘라내고 의식이 없는 A씨와 B씨를 외부로 끌어냈다.

A씨와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에서 C씨는 "이날 오후 3시 40분쯤 직원이 청소한다며 물탱크로 갔고, 한 시간 지난 뒤 전화를 받지 않아 가보니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C씨는 사고가 난 물탱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축사 일을 하고 있었고 비명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B씨가 발견된 탱크는 높이 3m, 지름 2m 크기의 원형 탱크로 8천ℓ 용량이다.

업주는 이 탱크에서 물과 설탕을 섞어 발효시킨 뒤 소에게 먹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유해 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직원들에 다른 외상이나 범죄 의심점은 찾지 못했다"면서 "질식사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청주의 낮 최고기온 29.5도에 달했다.

기온이 올라가면 밀폐 공간에 미생물이 번식하고 암모니아가스나 일산화탄소 등이 발생, 산소 결핍 상태가 된다.

2016년 8월에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유제품 공장 정화조에서 작업자 3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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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청주시 흥덕구의 한 유제품 생산 업체에서 근로자 3명이 정화조 점검 중 가스에 질식돼 119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청주 서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이 때문에 안전보건공단은 밀폐 공간 작업 현장별 매뉴얼을 통해 작업 전에는 반드시 내부 공기 상태를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충분한 환기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반드시 산소농도가 18% 미만인 장소에서는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 호흡용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경찰 초동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산소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물탱크에 들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또 업주 C씨에 대해서도 보호장비 구비, 직원 대상 안전 교육 등의 의무를 지켰는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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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정화조가 아니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다가 가스 질식이나 산소 결핍 등으로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환기 설비를 가동한 후 안전장비를 갖추고 작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질식 재해로 총 177명의 재해자가 발생했고, 이 중 9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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