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뉴스탐색]발달장애인 성폭력 심각한데…부모가 알아서 하라는 정부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문 성교육기관 ‘0’

-부모들 “정부지원 늘려야” 분통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지적장애 여성 윤모(27) 씨는 SNS에서 만난 30대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평소 이성에 관심이 있던 윤 씨는 한 남성이 맛있는 것을 사주는 등 친절하게 대하자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따라갔다. 남성은 윤 씨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윤 씨는 당시를 떠올리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신체 나이와 정신 나이가 다른 발달장애인은 성추행ㆍ성폭력에 매우 쉽게 노출되고 있다. 2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6년 성폭력 상담소에 접수된 장애인 성폭력 상담은 2만886건이었다. 이는 전체 성폭력 상담건(10만1028건)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장애인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사건은 2016년 기준 3038건으로, 피해자 중 절반 가량이 (49.7%) 강간을, 39.9%가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헤럴드경제

한 발달장애인이 부축을 받아 걷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눈 여겨볼 부분은 장애 유형이다. 2013년 기준 전체 피해자 1789명 중 72%가 발달장애인이었다. 겉보기에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는 데다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이 갖고 있는 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가해자들이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의 성폭력 피해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기관은 전국에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서 양성하는 발달장애인 성교육 전문가, 프로그램 역시 없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성교육이나 인식교육 사업을 할 때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따로 하지는 않았다. 발달 장애인 부모 교육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발달장애인 성교육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폐의 경우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앉혀놓고 성교육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게 전달이 안 된다”며 “오랫동안 어려서 지켜보던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그때그때 부모들에게 설명해주는 게 적합한 성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성교육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의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성교육 전문가를 찾아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윤종술 발달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소아정신과 의사도 발달장애 성교육 전문가는 아니다. 발달장애 부모들이 아무리 정부의 지원을 늘려달라고 호소해도 탁상공론만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발달장애인 성에 대한 인식도 현장과는 사뭇 달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폐증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성기를 만진다면 이는 성문제라기 보다는 강박행동”이라며 “먼저 도전적 행동에 대한 중재교육을 해야 하고 그 안에 성교육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발달장애인도 성적 욕구가 있고 이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발달장애 부모와 일선 사회복지사들은 발달장애인의 성폭력 피해가 큰 만큼 정부에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적장애 2급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성폭력을 당할까봐 밖에 나가는 것도 불안하고, 반대로 돌발행동을 해 가해자로 몰릴까봐 두렵다”며 “발달장애인도 사람이기 때문에 성적욕구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ay@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