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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삼성, 노조 가입자 10명 이상인 곳에 빨간색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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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노조 가입 상황판' 발견

전국 180여개 AS센터 적시해

빨강ㆍ주황ㆍ녹색으로 분류

檢, "수사 확대 계획 없어"

중앙일보

지난 12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삼성전자서비스 남부지사. 각 서비스센터를 관리하는 곳으로 일종의 지역본부 개념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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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주황색, 녹색…그린화 목표로 하청업체 노무 개입
삼성전자서비스가 회사 차원에서 애프터서비스(AS) 센터 전국 180여곳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현황 상황판을 만들어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속노조 산하 지회에 가입한 AS 기사가 있는 곳은 빨간색, 그렇지 않은 곳은 녹색(일명 ‘그린화’)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본사도 아닌 협력업체 노무 관리에 개입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역시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검찰은 삼성 수원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정비기사들의 노조 가입 현황을 ‘상황판 형식’으로 정리한 문건을 발견했다. 이 상황판은 전국 지도 형태로 정비기사 가운데 노조 가입자가 10명이 넘는 곳은 빨간색, 0~10명 사이인 곳은 주황색, 노조 가입자가 없는 곳은 녹색으로 따로 표시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삼성전자서비스 서울 동대문센터 사장 전모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서울 휘경동에 위치한 동대문 AS센터는 지난 18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전 사장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가 회사 차원에서 협력업체 인사ㆍ노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을 당시 협력업체 사장 대표로 나서 “나는 바지사장이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전씨가 회사의 사주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전씨뿐 아니라 부산 해운대, 강원 춘천 등 최근 5년간 노사 분규가 불거졌던 서비스센터 사장들을 차례로 소환했다고 한다. 이들 서비스센터 역시 최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곳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그린화(노조원 전원 탈퇴)를 목적으로 본사가 어떠한 일들을 했는지 구체적인 정황을 체크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본사가 협력업체를 상대로 수시로 또는 주간ㆍ월간 등 상시로 노조 가입 현황을 보고받은 정황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서울에 위치한 삼성전자 AS센터 가운데 노조 가입자가 없는 일명 '그린화 센터'만을 체크한 지도. 검찰 압수 문건을 토대로 삼성전자서비스 정비기사 노조가 재구성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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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검찰이 이미 압수한 ‘마스터플랜’ 문건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마스터플랜→액션플랜→그린화’ 식으로 하청업체 직원들의 노조 탈퇴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한 정황이 나타났다. 교섭행위 지연을 비롯해 구체적인 노조설립 방해 지침 등이 담긴 액션플랜은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는 사이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7일 협력업체 직원 8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이전부터 노사가 논의해 온 사안으로 최근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역시 노사 합의와는 별도로 지금까지 발견된 위법 사항에 대해선 기소 방침을 굳혔다. 다만 수사팀은 현재까진 삼성전자서비스의 부당 노동행위 이외에는 또 다른 문제로 수사 범위를 넓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웰스토리(구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의 노조 관련 문제에 대해선 아직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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