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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GM 노사만 쳐다보는 협력업체 "잘못되면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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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본사 측은 '신규 자금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추가 고통 분담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반대하면서 한국GM은 다음 주 지급해야 하는 임금과 협력업체 대금, 희망퇴직 위로금 등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졌다. 한국GM은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사가 "주말과 월요일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가까스로 법정관리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지난 두 달간 성과 없었던 노사 교섭

한국GM은 최근 4년간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한국GM은 지난 2월 13일 군산 공장 폐쇄를 발표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26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노조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올해 기본급 동결, 성과급 포기를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복지 혜택 축소를 통해 1000억원가량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면서 노조와 협상을 해 왔다. 노조는 "더는 양보할 게 없다"며 "무엇보다 폐쇄가 결정된 군산 공장의 잔여 인력(680명)의 처우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사측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한 사측이 작년분 성과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노조가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GM 본사가 나서 "20일까지 잠정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한국GM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압박했지만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국 자동차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도

"지금 한국GM 협력업체 30여 회사가 GM 글로벌 최우수협력업체상(GM SOY)을 받기 위해 미국에 와 있는데, 밤새 임단협 결렬 소식으로 대책 회의만 했습니다. 데드라인이 연기됐으니 무조건 잘 돼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 다 죽습니다."

문승 한국GM 부품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밤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GM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협력업체와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 301개에는 9만3000명이 일하고 있다. 그중 한국GM에만 납품하는 전속 협력사는 86개, 근로자 1만1000명이다.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협력사들은 물량 감소, 대금 지연 등으로 경영 위기에 빠진다. 특히 법정관리 중 법원에서 청산을 결정한다면 하루아침에 한국GM과 협력사 인력 15만6000명은 일자리를 잃는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산업에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며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 때만 해도 오랫동안 경제적·사회적 타격이 있었는데, 그보다 규모가 큰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가면 계산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간다면 한국GM의 판매량은 더 감소할 것이고, 결국 이는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차 판매량이 크게 줄어 영업망이 붕괴하고 있다. 실제로 20일 한국GM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GM 사태 두 달 만에 전국 쉐보레 대리점 305곳 중 20곳이 폐업했다"고 밝혔다.

◇산은과 협상은 중단되고 소송전 갈 듯

한국GM이 법정관리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할 경우 산업은행과 GM의 신규 투자 유치 협상은 그 자리에서 중단된다. GM 본사는 한국GM에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출자 전환하고 신규 투자 금액 28억달러(약 3조원) 중 산업은행이 지분율만큼 신규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 중이다.

만약 한국GM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면 산업은행은 소송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실사와 협상을 통해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법정관리로 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국GM 측은 23일 오후 5시까지는 법정관리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밤 정부는 긴급 경제 현안 간담회를 열고 "한국GM 노사가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합의를 이뤄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노사 합의가 이뤄질 경우 GM 측과 최대한 신속하게 실사를 진행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한국 기자;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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