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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Why] 나도 사진을 전공했다, 즉흥적으로 찍은 누드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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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의 사는게 제기랄]

원초적 본능 불러낸다며 비판 받기도 하지만

인간의 나체는 상상의 지평을 넓힌다

누드 아트(나체 미술)는 고대 그리스 남녀의 벗은 몸에서 시작됐다. 인간의 육체로 미(美)와 페이소스를 표현했다. 우리가 호랑이나 코끼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듯이, 나체의 미(美)에 감탄한 조각가나 화가들은 누드 아트로 조물주를 찬양했다. 누드 아트는 역사·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초상화나 장식 미술로도 발전했다.

피카소부터 모딜리아니까지, 누드 아트는 항상 뜨거운 주제였다. 심지어 일본 판화 어떤 작품들은 포르노에 가깝다. 그 옛날 17세기에 이런 작품들이 제작됐으니 놀라운 일이다. 19세기 사진기 등장과 함께 누드 아트는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다. 어떤 사람들은 '퇴보'라고도 말한다. 사진은 너무 사실적인 이미지를 묘사하므로 때로는 그로테스크할 수도 있다. 촬영 앵글과 조명에 따라 피사체인 몸이 우리 눈을 자극하는데, 사진가의 태도와 철학에 따라 누드는 신의 창조물 미(美)의 대상,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쏟아내는 성적(性的) 대상 둘 다 될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전공했기에 누드를 상당히 좋아한다. 풍경과 초상화도 좋지만 아름다운 몸매의 여자 누드는 상상의 세계를 열어준다. '인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고 감탄하게 된다.

조선일보

미국 뉴욕 성(性) 박물관의 아라키 노부요시 사진전. 한 작품은 ‘너무 음란하다’는 이유로 일본 세관이 반출을 금지했다. /한대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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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기 대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와 에드워드 웨스턴, 시노야마 기신과 헬무트 뉴턴까지 여자의 육체를 욕망으로 표현했다. 그중에서도 뉴욕에서 활동한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1988년 뉴욕 휘트니미술관 전시회는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직설적으로 원초적인 본능을 불러냈다.

모델은 주로 흑인 남자였다. 나도 처음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입이 딱 벌어졌다. '아니, 이렇게 과격한 작품을 휘트니 같은 세계적인 곳에서 전시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뉴욕 다음 신시내티에서는 '어머니'들의 반대 시위로 전시를 내렸다. 메이플소프는 주로 동성애와 사도마조히즘을 다뤘는데 재밌게도 '꽃' 사진도 아주 아름답게 잘 찍는다. 그는 록 가수 패티 스미스의 어린 시절 남자친구였다. 스미스의 자서전 'Just Kids'에 나온다. 게이였던 그는 1989년 마흔두 살에 에이즈로 죽었다.

이러한 역사를 이어가는 충격적인 전시가 현재 뉴욕 성 박물관(Museum of Sex)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아라키 노부요시. 아라키 역시 말썽꾸러기 작가다. 어떤 작품은 너무 유치해 초보 같고, 어떤 작품은 고차원 아방가르드 누드다. 1940년생으로 도쿄 지바대학 영상학과 출신이다. 한국을 너무 사랑해 1983년부터 자주 왔다 갔다 했다. 서울을 무대로 한국 여인들의 모습, 길거리 풍경을 찍은 화보도 냈다. 2002년 서울에서 전시회도 했다. 물론 수위가 심한 누드는 걸 수 없었다. 초대를 받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너무 바쁜 음악가라 공연과 앨범 작업 때문에 참석 못했다. 후회스럽다.

'미완성 아라키(The incomplete Araki)'라는 전시회는 들어서자마자 충격을 받게 된다. 사진 속 두 다리가 밧줄로 묶인 여성이 '인간의 고향'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누드 사진 수백 개가 목욕탕 타일처럼 빛을 반사하는 모습. 일본 전통 밧줄 묶는 기술로 묶여 있는 모습이 신선하고 자극적이다. 워낙 색다른 전시라서 끽끽 웃는 여자도 있고 입을 벌린 채 쳐다보는 남자도 있다. 전시는 뉴욕 맨해튼에서 8월 31일까지.

아라키는 말한다, "I want to make photographs that maintain their incompleteness, I stop and shoot before they become refined or sophisticated."(나는 미완성을 좋아한다. 지나치게 다듬어지고 고민하기 전에 즉흥적으로 찍는 사진이 최고다.)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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